올림픽을 앞두고 단 한 번도 한국 취재진 앞에 서지 않았던 김선태 감독은 중국 대표팀의 첫 금메달이 나온 뒤에야 얼굴을 내밀었다.
그는 "첫 종목을 잘 시작해 좋다. 아직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하고 남은 시합 준비를 잘 해야 할 것 같다"면서 소감을 밝혔다.
김 감독은 5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2000m 혼성계주에서 코치로 몸담고 있는 중국팀에 금메달을 안겼다.
이날 한국 대표팀은 혼성계주 준준결승에서 3위에 그치며 탈락했다.
반면 중국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 태극전사를 이끌었던 김 감독과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를 기술코치로 영입해 훈련했고 결국 금메달이라는 성과물을 만들었다. 이번 대회에 처음 선보인 종목에서 나온 중국의 대회 첫 금메달이었다.
한국 선수들의 경기가 끝났지만 취재진은 떠날 수 없었다. 김 감독에게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 시작 전부터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지난 31일 선수단 본진과 함께 넘어온 취재진은 1일부터 매일같이 김 감독의 인터뷰를 원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 취재진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국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도 마찬가지였다. 김 감독뿐만 아니라 안현수 코치, 중국 선수들 역시 극도로 인터뷰를 꺼렸다.
김 감독은 대회 관계자를 통해 '경기가 끝나면 인터뷰를 하겠다'는 말을 전할 뿐이었다.
중국 팀의 혼성계주 금메달 직후 김 감독은 마침내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그동안 인터뷰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인터뷰를 하는 게, 한국 선수들이나 중국 선수들이나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 자제하려고 했다"면서 이해해 줄 것을 부탁했다.
중국팀의 금메달 예상에 대해 "한 종목, 한 종목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며 "따고 싶다고 딸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언급했다.
이날 우승은 석연치 않은 부분도 있었다.
중국이 준결승에서 3위를 기록해 탈락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2위를 기록한 미국이 비디오 판정 끝에 페널티를 받으며 실격되면서 극적으로 결승에 올랐다. 충분히 판정 시비가 나올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판정은 저희가 하는 게 아니라 심판이 하는 것"이라고 짧게 대답했다.
김 감독은 인터뷰를 최대한 빨리 끝내고 가려고 했다. 자리를 떠나는 김 감독에게 한국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부탁한다는 질문이 이어졌다.
"아직 끝난 것 아니니깐 최선을 다해서 했으면 좋겠다."
이 말을 끝으로 김 감독은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중국 취재진의 질문이 있었지만 응하지 않았다.
중국 대표팀 부임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던 김 감독. 앞으로도 그의 입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