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공개된 쥬얼리 박정아, 원더걸스 선예, 애프터스쿨 가희에 이어 tvN 예능 '엄마는 아이돌' 2회부터 출연한 '히든 멤버' 양은지. 프로그램에 처음 등장했던 날 MC 도경완은 그가 13년 동안 직업란에 '주부'라고 썼다는 제작진 전언을 전했다. 무대를 보기 위해 둘러 앉은 아이돌 중 누군가는 그가 쓴 '주특기' 내용을 보고 울었고, 다들 '엄마'인 다른 참가자들도 '이러면 다 운다'라며 울컥한 감정을 드러냈다.
결혼한 후 주부로서 집안일과 육아에 전념했던 양은지. 그는 4일 오전 진행한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히려 그 시간이 있었기에 모든 것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빠르고 고단하게 돌아가는 촬영 일정과 도전의 연속이었던 고난도의 미션도.
양은지는 여러 가지 미션을 거쳐 가희, 박정아, 선예, 별, 현쥬니와 함께 '마마돌'을 결성해, '우아힙'(WooAh HIP)이란 곡을 발표했다. 뮤직비디오도 찍었고, 단독 콘서트를 열었으며, 엠넷 '엠카운트다운' 무대에도 올랐다.
베이비복스 리브 시절부터 늘 곁을 지켰던 오랜 팬도 콘서트장에 왔다. 14, 15년 만에 보는 것인데도 그 팬은 "누나, 똑같아요"라고 이야기해 줬다. 양은지는 "(제가) 여전히 똑같은 모습에 본인도 울컥했다고 하는데, 그 말이 되게 슬프면서도 기뻤다. (코로나 상황이라) 마스크를 쓰고 앉아 계시지만 눈빛에서 함성 지르고 박수치고 호응하는 게 느껴졌다. 이게 느껴지니까 그날은 제일 긴장도 안 하고 까불면서 즐기게 됐다"라고 밝혔다. '은지가 끝나니까 몸이 풀렸네'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마마돌로서 마지막 일정은 '엠카운트다운' 출연이었다. 양은지는 "너무 신기했다. 제가 진짜 아줌마가 되었는데, 지금 아이돌분들과 음악방송 무대에 서고 무대에 나온다니! 이런 마음이라 너무 황홀했다. 옛날로 돌아간 느낌? 그 무대에 선 날은 제가 마흔이 다 되어가지만 스무 살 초반의 양은지로 돌아간 느낌인 거다. 애도 없고 결혼도 안 한 나로. 애들도 남편도 생각이 안 났다. (그동안은) 항상 머릿속에 남편과 아이들이 생각났는데… 멤버들도 프로그램 때문에 갑자기 팀이 된 게 아니라 원래 내 멤버 같고. 이상했다,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가족들의 든든한 지지와 지원이었다. 양은지는 "저희 엄마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이걸 할 수 있었다는 건 분명하다. 제가 방송할 때 엄마는 저 때문에 우리 아이들을 봐주러 오셨으니까. 결혼하고 애를 낳으니 모든 게 다 엄마로 통하는 삶이 되더라. 미안해 하면서도 맡겨놓고 나가게 되는 느낌이었다"라고 부연했다.
그래도 '엄마는 아이돌' 출연은 본인과 아이들 모두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줬다. 지금까지 아이들 곁에서 떨어져 본 적 없던 양은지는 프로그램 때문에 긴 시간 아이들을 못 보았지만, 한편으로 "다시 살아가는 느낌"을 받았다. 연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을, 아이들은 더 반겨줬다. 녹화가 끝난 줄 모르고 "엄마 댄스 안 가?"라고 물은 막내 지음의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고 말했다.
양은지는 인터뷰 중 이따금 목소리가 떨렸다. 울컥하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서였다. '엄마는 아이돌'을 찍으면서도 많이 울었다. 원래 눈물이 많았지만, 출연진 중 누군가 한 명 눈물이 맺히면 금세 옮겨가는 일이 예사였다. 모두가 '엄마'인 출연자들이 여러 제약 속에서도 고군분투한다는 걸 알았기에, 도와주던 이들이 우는 일도 왕왕 있었다. 안무가 리아킴이 눈물을 보인 게 한 예다.
이어 "'넥스트 레벨'부터 모든 춤을 연습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보통 일주일, 열흘 정도였다. 너무 타이트하게 진행되니까 리아킴 선생님도 걱정이셨던 것 같다. 특히 저같이 부족함 많은 멤버는 군무 합을 못 맞출까 봐 걱정과 근심이 있으셨을 거다. 근데 (운 날이) 합이 맞아 보이는 날이었던 것 같다. '이 엄마들, 이 정도면 됐다' 하면서 그 포인트에서 눈물이 터지신 게 아닐까"라고 바라봤다.
생각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는 비슷한 어려움을 공유했지만, 마마돌 멤버들은 내색하지 않았다. 양은지는 "우리도 사실 칭얼거리지 못했던 게,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부담감 때문이었다. 이번 '우아힙' 안무도 너무 잘 짜주셨는데 못하면 안 되니까, 어디 아파도 말을 못하고 다들 한 거다. 근데 선생님이 울어버리니까 모든 감정이 터져서 '선생님, 왜 울어요'하고 부둥켜안고 울었다. 되게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우리를 얼마나 애착 갖고 가르쳐 주시려고 했는지 그 마음이 느껴져서…"라고 전했다.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았던 여정을 끝맺은 지금, 스스로 느끼는 만족감은 어느 정도일까. 그는 "만족도는 굉장히 크다. 우리 아이들이 제가 (TV) 나오는 걸 너무 좋아했고 행복해했다. 아이들 태어나기 전에 무대를 했다가, 막내까지도 (저를) 알아볼 시기에 무대에 서서 엄마가 춤과 노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게… 지금 생각해도 정말 소름 끼칠 정도로 행복하고, 나는 정말 감사해야 하는 사람이구나 느꼈다"라고 답했다.
"엄마 어땠어?"라는 질문에 "진짜 대단해요!" "너무 멋있어요" "너무 예뻐요"라고 환호했던 아이들을 비롯한 가족들은 가장 가까이서 양은지의 노력을 지켜본 '산 증인'이다. 양은지는 "콘서트까지 했던 모습을 다 아니까,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때도 분명히 교육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되게 좋았다. 또, 우리 아이들한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그걸) 이룬 느낌이라 엄마로서도 자존감이 높아졌다. 아이들도 제 이런 모습을 보고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더라. 모든 것에 있어서 노력하면 되는구나 했다고"라고 부연했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단톡방에서는 '야, 이거 꿈이냐?' '우리 안 만나냐?' '이따 연습실에 안 모이냐?'라는 농이 쏟아진다. 양은지는 "우리끼리 '찐멤버'라고 다들 그런다. 누구 하나 엇나가지 않고 어쩜 이렇게 다 좋게 만났냐, 하고. 저희가 다 엄마니까 각자 힘듦과 고충을 알아서, 누가 아프면 서로 약 챙겨주기 바쁘고 김밥 한 줄도 나눠 먹으면서 정을 쌓았다. 맨날 보고 싶다고 한다. 너무 좋은 언니 동생들과 팀이 되고 사진도 찍고 음원도 나오고… 그 자체가 너무 기적이고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마음 맞는 멋진 동료들과 함께하니, 뿌듯함은 더 컸다. "앨범 안 내 본 사람도 아닌데" 음원 사이트에 자기 얼굴이 떠 있는 걸 보면 아직도 신기하다고. 아이들 덕분에 '우아힙'을 벨소리로 지정해 두기도 했다. 양은지는 "(벨소리가 나면) 사람들이 쳐다보는 걸 즐긴다. 더 알리고 싶고, 한 명이라도 더 들었으면 좋겠다. 노래가 너무 좋으니까"라며 "엄마로만 된 그룹이 나온 게 세계 최초라고 하더라. 그 타이틀도 너무 감사하고 멋있었다. 우리 너무 힙하고 짱이라는 느낌이라 좋다. 제작진에게 정말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혹시 다시 자기소개서를 쓴다면 주특기에 무엇을 쓰고 싶냐고 물었다. 양은지는 잠시 고민하다가 "난 주특기가 없는 것 같다"라고 멋쩍어했다. 장점으로 바꾸어 물으니 답이 나왔다. 티 내지 않는 것이다. 힘들어도 화나도 그냥 삭이는 것. 그는 "삭이고 혼자 이겨내는 게 버릇이 된 사람이라 악플에도 신경 안 쓰고 안 담아뒀다. 대신 인정했고, '그러니까 더 잘하면 돼'라고 했다. 사실 SNS(소셜미디어)에서 욕 엄청 먹었지만 넘겼다. 그때 '나, 강하구나!' 했다. 그게 특기이자 장점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끝까지 해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막막함으로, 하루하루 또 불안함으로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어쨌든 엄마로서의 책임감과 한 남자의 와이프로서의 책임감으로 그런 정신으로 이를 악물고 노력하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습니다. 정말 엄마라서 해낼 수 있었고 엄마이기 때문에 이룬 거 같아요. 너무 감사하고요. 철없던 어린 시절이었으면 솔직히 이렇게까지 못했을 거 같아요. 엄마로서의 트레이닝을 한번 거쳐서 '엄마는 아이돌'이라는 프로그램이 가능했던 거 같아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육아의 내공이 있기 때문에 그 내공으로 해낸 제 자신을 토닥여 주고 싶네요. 끝까지 잘했다, 은지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