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취재진도 혀 내두른 中 쇼트트랙의 '신비주의'[베이징 레터]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 기술코치와 김선태 감독이 3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실시된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공식 훈련에서 중국 선수들과 트랙을 돌고 있다. 안현수의 유니폼에 '빅토르 안'이 새겨져 있다. 연합뉴스

[편집자주] 2022 베이징 올림픽 취재 뒤에 담긴 B급 에피소드, 노컷뉴스 '베이징 레터'로 확인하세요.
   
신비주의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궁금해서 안달하게 만들죠.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나서는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도 이번 대회 콘셉트를 '신비주의'로 잡은 것 같습니다.
   
중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 쇼트트랙 종목에 큰 베팅을 했습니다. 2018 평창 대회 때 대한민국의 금메달 3개를 이끌었던 김선태 감독을 코치로 영입한 데 이어 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를 목에 건 빅토르 안(러시아, 한국명 안현수)까지 코치로 데려왔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라이벌이자 쇼트트랙 최강국 대한민국을 꺾어 보겠다는 굴기입니다. 
   
여기까진 좋습니다. 그런데 너무 신비주의입니다. 공식 훈련에 나타나지 않은 것만 몇 번입니다. 
   
그래도 여기까진 이해합니다. 그런데 훈련을 해도 인터뷰를 해주지 않습니다. 자국 매체에도 마찬가지죠. 
   
한국 취재진만큼이나 중국 취재진도 중국팀에 대해 물어볼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훈련이 끝나면 선수들이 지나가는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대기합니다. 
   
하지만 중국 선수들은 취재진을 외면합니다. 인터뷰를 극도로 꺼립니다. 취재진이 선수들을 부르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눈빛조차 마주치지 않는 선수도 있습니다.
   
3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 풍경도 비슷했습니다. 훈련을 마친 중국 선수들은 서둘러 믹스트존을 빠져 나갔습니다.
   
1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하는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김선태 감독과 빅토르 안(안현수, 왼쪽) 코치가 훈련 중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중국)=박종민 기자

한 남자 기자가 중국선수를 불렀지만 선수는 짧은 말을 남긴 채 그냥 지나칩니다. 기자는 황당해 하며 탄식의 소리를 냅니다. 깊은 분노가 느껴지는 탄식입니다. 중국어라 알아듣진 못했지만 음성 지원이 되는 듯합니다.
   
아마도 이런 내용이겠죠.
   
"한 마디만 해주세요."
"안 합니다."
"하…."

   
매일 같은 인터뷰 거부에 이제 중국 취재진도 어지간히 약이 올랐나 봅니다. 다수의 여자 기자들은 선수들을 향해 사정도 해보고 애교도 부려 봅니다.
   
끝까지 쫓아가 간곡한 부탁을 해봐도 돌아오는 반응은 변함없습니다. 이날 한 선수의 대답은 "버스 시간에 늦기 때문에 인터뷰를 할 수 없다"였습니다. 
   
매일 중국팀 인터뷰에 오는 한 중국 기자는 "인터뷰를 안 해줘서 우리도 너무 답답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이쯤 되면 중국팀의 '신비주의'는 완벽히 적중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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