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지난 2018년 북한이 선언한 이런 종류의 발사에 대한 모라토리엄(유예 조치) 파기이자 명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1일 북한의 중장거리미사일 화성12형 발사를 규탄하며 발표한 성명 내용이다.
유엔의 성명대로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화성12형은 탄도미사일인 만큼 분명히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그러나 북한의 모라토리엄 선언 파기로까지 봐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북한의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모라토리엄 선언은 지난 2018년 4월 20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 기원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 회의에서 "핵 개발의 전 공정이 과학적으로, 순차적으로 다 진행되었고 운반타격 수단들의 개발사업 역시 과학적으로 진행되어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된 조건에서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 시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도 필요 없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북부 핵 시험장도 자기의 사명을 끝마치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화성12형은 김 위원장이 언급한 '중장거리미사일'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결정서 '경제 건설과 핵 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에 명시된 내용은 좀 다르다.
결정서의 둘째 항목으로 "2018년 4월 21일부터 핵 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다. 핵 시험 중지를 투명성 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 핵 시험장을 폐기할 것이다"로 되어있다.
김 위원장이 그 해 6월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대미신뢰조치로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지, 핵 실험장 폐기 방침을 담은 전원회의 결정서를 채택한 것이다. 중장거리미사일은 결정서에 언급되지 않았다.
물론 화성 12형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핵 무력 완성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미사일이다.
북한은 지난 2017년 9월 15일 화성 12형 미사일의 전력화 선언을 토대로 그 해 11월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을 시험 발사해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바 있다. 미군기지가 있는 괌 섬 포위사격의 주력무기가 바로 화성 12형이다.
북한이 이번에 고각발사로 진행한 화성12형은 '2000km 고도에 800km 비행거리'로 탐지됐다.
30-45도의 정상 각도로 발사할 경우 사거리는 4500-500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최소 사거리 5500km에 바짝 근접한 셈이다.
북한의 화성12형 시험발사가 사실상 모라토리엄 선언의 파기에 해당한다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0일 북한의 발사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 긴급 전체회의를 주재하며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라면 모라토리엄 선언을 파기하는 근처까지 다가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북한은 물론 실제 행동으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모라토리엄 파기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북한은 지난 2018년 4월 당 전원회의 결정서 채택을 통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모라토리엄 선언을 공식화한 만큼, 앞으로 이를 파기할 경우도 같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지난 19일 당 정치국 회의에서 "우리가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하였던 신뢰구축 조치들을 전면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 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지시)했다"고 밝혔다.
당 정치국 회의에서 '검토 지시'를 한 만큼, 그 '검토'의 결과로서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등의 실무논의를 거쳐 당 정치국 회의나 당 전원회의에서 최종 논의하고, 이를 반영한 결정서를 채택할 가능성이다.
이와 함께 오는 16일 김정일의 생일 80주년을 전후한 기념 열병식 등을 통해 모라토리엄 파기를 예고하는 신형 무기를 외부에 선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