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시공은 하청업체 탓' 모르쇠 일관 현대산업개발

[아파트붕괴]
경찰조사서 원청·하청업체 각자 책임 떠넘기기 지속
3일 감리자 추가 소환 조사… 경찰, 과실 입증 주력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 광주시소방본부 제공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하고 있는 관련자들의 과실을 입증하기 위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3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현대산업개발 관계자 6명, 감리 3명, 하청업체 관계자 2명 등 총 11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건축법 위반,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사고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지지대(동바리) 철거와 역보(수벽) 무단 설치 등 부실시공에 현대산업개발과 하청업체, 감리자들의 개입 여부를 두고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은 지지대 철거에 대해서 "하청업체가 임의로 한 일이고, 지지대를 해체한 것도 몰랐다"며 현대산업개발의 과실은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역보 무단 설치에 대해서는 "하청업체의 제안으로 설치된 사실은 알고 있었다"면서도 "구조검토까지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반해 하청업체 측은 "지지대 철거는 현대산업개발의 지시에 의해 철거한 것"이라며 "역보 설치도 현대산업개발과의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쳤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진술의 신빙성을 따져보기 위해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과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요청했다.

공사기간 단축을 위한 무리한 작업 진행과 관련해서는 경찰 조사 결과 철근 콘크리트 타설 공정이 당초 계획과 비교해 2달 정도 지연돼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현대산업개발 본사가 무리한 작업 지시를 했는지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사고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콘크리트 양생 문제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에 분석을 의뢰해 놓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경찰은 하청업체의 불법 재하도급 문제와 관할 지자체인 광주 서구청의 인허가 과정에 대해서도 별도의 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연기됐던 소환조사도 이날부터 다시 재개됐다. 경찰은 이날 감리자 등을 추가 소환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감리자들은 지지대 철거 사실도 확인하지 못하고 공정 진행에 대해서 대부분 '문제없다'고 기재하는 등 부실 감리 정황이 상당수 드러난 상태다.

조영일 광주경찰청 형사과장은 "진술이 상반되는 상황에서 경찰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총 동원해 관련자들의 책임 소재를 가려낼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월 11일 오후 3시 47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던 중 23~38층 외벽과 구조물이 붕괴돼 현장 노동자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입었다. 현재 매몰 위치가 확인된 2명에 대해서는 구조작업이 진행 중이며 2명은 실종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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