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후보는 설날인 지난 1일 "북한은 올들어 벌써 1월 한 달에만 7차례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서 수도권에 대한 사드 방어망 구축을 주장했다.
윤 후보가 대북 선제타격론에 이어 사드 배치를 주장한 것은 북한과의 긴장 수위를 높임은 물론 한중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국내 정치를 넘어 외교안보적 함의를 갖는다.
뿐만 아니라 사드 배치는 북한이 아니라 사실상 중국 감시용이라는 중국 측의 반발과 함께 '한한령' 등의 보복조치로 이어지면서 한중관계 마저 크게 악화시켰다.
결국 이듬해인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노력으로 양국관계가 점차 호전되긴 했지만 중국 측의 비공식 제재는 완전히 풀리지 않은 채 앙금으로 남아있다.
미국의 동의 여부는 차치하고 만약 사드 배치가 실제로 이뤄진다면 한중관계는 또다시 얼어붙고 동북아 정세에도 큰 파장이 예상된다.
중국이 미국에 그나마 몸을 낮추던 5,6년 전과 달리 지금은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되고 러시아와 북한, 이란까지 대미 전선의 한 축에 가세한 형국이다. 이런 마당에 사드 배치를 자청한다면 자칫 한국이 신냉전 질서의 최전선에 떠밀려 나가는 불운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외교안보적 영향과는 별개로 군사 기술적 측면에서도 사드의 효용성은 줄곧 의문시돼왔다. 사드가 40~150km의 고고도 요격용인 만큼 북한의 저고도 도발에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또 사거리 100~160km의 초단거리 미사일(KN-02)은 요격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드의 탐지 후 발사까지 소요시간이 최소 203초인 반면, 이 시간에 적 미사일의 비행고도는 이미 30km 이하로 내려갔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여기에다 북한은 다양한 탄종의 미사일과 장사정포, 심지어 핵이 장착되지 않은 기만탄까지 '섞어쏘기' 전술을 발휘하며 고비용 무기 체계인 사드의 효용을 약화시킬 가능성을 얼마든지 상정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회피기동을 구사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에 이어 다탄두 미사일까지 실전 배치된다면 첨단을 자랑하는 한미의 미사일 방어망도 한계에 달할 수 있다.
더구나 북한이 최근 공개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대기권 내에서의 마하 10이라는 가공할 속도도 문제지만 최대 고도도 60km(군 당국 분석)에 불과하다.
북한의 급속한 미사일 전력 발전을 감안할 때 사드가 과연 적합한 대응체계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사드는 40km 이상에서만 요격이 가능한 상층방어체계로 수도권 방어에 명확한 한계가 있으며 사드보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인 천궁이 더 수도권 방호에 적합하다는 지적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