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 사진 찍어 주고) 그런 것을 억지로 챙겨주려고 노력합니다. 나중에 남으니까요."
어느덧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맏형이 된 곽윤기(32·고양시청). 그는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준비 중이다.
2010년 밴쿠버 대회로 첫 꿈의 무대 올림픽을 경험한 곽윤기는 부상으로 2014년 소치 대회에 나서지 못했다. 2018 평창 대회에서 다시 태극 마크를 달고 올림픽 레이스를 펼쳤다.
생애 세 번째 올림픽을 앞둔 곽윤기의 경험은 보물과 같다. 특히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곽윤기는 팀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곽윤기는 2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 경기장에서 쇼트트랙 대표팀과 오전 훈련을 소화했다. 이날 훈련에서 곽윤기는 후배들에게 사진을 찍어주면서 밝은 분위기를 이끌었다.
훈련 후 인터뷰에서 곽윤기는 "후배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게 제가 올림픽에 한번이라도 더 와 봤으니까 사소하지만 사진 찍고 이런 것을 놓친 것 같아서 그걸 억지로라도 챙겨 주려고 한다"고 전했다. 훈련은 자신이 터치하지 않아도 워낙 후배들이 잘하기 때문에 올림픽에서 남길 수 있는 것을 챙겨주고 싶다는 바람이다.
곽윤기는 요즘 후배들이 자신보다 훨씬 낫다고 평가했다. 큰 무대에서 긴장을 많이 하지 않고 서로 대화하며 올림픽 현지 적응을 이어간다고 설명했다. 후배들이 자신을 '잼없감없(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이라 부르며 놀려도 기분이 좋다는 곽윤기다.
이번 올림픽 개회식에서 곽윤기는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김아랑(28·고양시청)과 함께 한국 선수단의 기수를 맡았다. 그는 마지막 무대에서 서는 자신을 위해 머리카락 색을 분홍색으로 바꿨다.
이에 대해 곽윤기는 "초심이던 밴쿠버 올림픽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당시 빨간색 머리로 첫 올림픽에 나섰던 것처럼 이번 대회에서 지닌 마음을 국민 여러분에게 보여 주고 싶다는 것이다. 곽윤기는 "운동 선수는 보이는 사람"이라면서 "어떻게 보이면 좋은 선수가 될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왜 빨간색이 아니냐는 질문에 곽윤기는 "미용실에서 빨간색은 촌스럽다고 했다. 그래서 전문가의 의견을 따랐다"며 유쾌한 웃음을 보였다. 후배들이 말한 '잼없감없'이 반어법으로 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