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후보는 지난달 13일 여의도 당사에서 "문재인 정부가 오는 4월 전기료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며 "이 정부가 졸속으로 밀어붙인 탈원전 정책으로 발생한 한국 전력의 적자와 부채의 책임을 회피하고 전기료 인상의 짐을 고스란히 국민께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즉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4월 전기요금이 인상됐다'는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먼저 새롭게 바뀐 전기요금 제도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마다 주기적으로 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이전 전기요금 체계는 국제 유가 등 원가 변동분을 제때 요금에 반영하지 못해서다.
이와 함께 기존 전기요금 안에 포함돼 있던 '기후환경 요금'도 별도로 분리했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연료비 조정요금 △기후환경 요금 등으로 구성됐다.
당시 국제 유가 상승으로 한국전력공사(한전)의 부담이 늘어나는 등 전기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정부는 당해 2~3분기와 올해 1분기의 전기 요금을 동결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높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한다는 취지에서다.
한전 "전기료 인상? 국제 유가 상승 때문"
지난해말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한 한전은 올해 기준연료비를 2회에 나눠 kWh당 9.8원씩 인상할 예정이다. 오는 4월에 인상 폭의 절반인 4.9원을 올린 뒤, 10월에 나머지를 올린다는 계획이다.
상향 조정되는 기준연료비는 직전 1년간의 연료비 추이에 따라 결정되는데 지난 2020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등 가격 모두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기록해 연료비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는 게 한전 측 설명이다.
이에 한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 전기 요금 기준 연료비를 인상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최근 전기료 인상 관계에 대해서도 "현재 원전 가동은 탈원전 발표 시점과 동일한 것으로 보아 저희는 탈원전과 전기료 인상은 관련이 없다고 보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4월 전기료 인상과 관련해 "에너지 수요가 많은 동절기에 국민들의 어려움이 커지지 않도록, 물가인상 압박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2분기 이후로 요금조정 시기를 분산한 것"이라고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와 관련 카이스트 윤종일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4월 전기 요금이 인상되는 것은 화석 연료의 변동성이 커졌고,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긴장이 높아서 그런 것"이라며 "러시아가 LNG 생산량이 세계 최고인데, 유럽은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작년에도 LNG 가격이 5배~7배 폭등하다가 떨어졌는데, 변동성이 무척 커졌다. 이런 변동성 때문에 화석 연료나 석유, LNG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文정부, 원자력 전력거래량·총발전량 모두 늘어
한국전력거래소가 발표하는 전력통계시스템의 '연료원별 전력거래량'에 따르면 국내 전력시장 내 원자력의 전력거래량은 지난 2017년 27.1%에서 지난 2018년에 24%로 축소되다가, 2019년 26.2%, 2020년 30%까지 늘었다. 지난해엔 28%로 소폭 줄어들었다.
원자력의 총발전량도 지난 2017년 26%에서, 2018년엔 23%로 줄다가, 2019년부터 25%, 2020년엔 28%까지 늘어났다.
그린피스 장마리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탈원전 정책 이후 현재의 원전 가동량과 신규 원전은 더 늘었다"며 "현재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전력량이나 전기 요금 변화는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장마리 캠페이너는 "(일각에선) 정부의 탈원전 선언 이후 원전 가동률이 크게 떨어져 석탄과 LNG 전력 구입 비중이 늘어났다는 수치에 근거하고 있으나, 원전 발전량이 줄어든 이유는 탈원전 정책 때문이 아닌 원전의 안전 문제 때문이란 사실은 이미 원안위와 한수원을 통해 확인된 사항"이라고 꼬집었다.
한빛 4호기 격납건물의 공극(구멍)이 발생한 사건과 방사능 누출을 차폐하는 격납건물 내벽 철판(CLP) 부식이 9998건 발견되는 등 정비로 인해 원전 발전량이 한때 줄어들었다는 지적이다.
원자력안전과미래 이정윤 대표도 "문재인 정부에서 오히려 가동할 수 있는 원전의 전체적인 용량은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현 정부 들어 설비용량 600MW(메가와트) 규모의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가 폐쇄했지만, 1400MW 규모의 신고리 3, 4호기가 운영됐고 오는 3월에도 같은 규모의 신한울 1호기까지 가동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전력거래소 전력수급 실적 동향에 따르면 전력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발전설비 용량은 지난 2012년부터 지난 2020년까지 매년 늘어나 12만7820MW에 달했다. 지난 2016년 10만18MW에 비교하면 약 7.8%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공급능력' 또한 확대됐다.
"탈원전 정책, 장기적으로는 전기요금 인상될 가능성"
윤종일 교수는 "원자력 대신에 LNG나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면 전기요금은 당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면서 "태양광이나 풍력은 많은 발전기와 패널들을 설치해야 하고, 지역에서 (전기가) 분산되기 때문에 송전 선로가 많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에서 (향후) 원전 운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전기료가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문 정부는 출범 첫 해인 지난 2017년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을 발표하며, 원자력과 석탄 발전의 단계적인 감축과 동시에 재생에너지 및 LNG 발전의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전체 에너지 전력 거래량 중 재생에너지인 태양 에너지는 2017년 0.5%에서 2021년 1.2%까지 매년 확대됐다. LNG도 2017년 23%에서 2021년 30.4%까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원자력정책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주한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도 "우리나라 지리 여건상 재생에너지를 이용할 있는 건 태양광 발전인데, 태양광 발전은 낮에만 되고 밤에 전기를 쓰려면 에너지 저장장치(ESS)가 막대하게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SS 배터리의 경우 리튬이 많이 들어가는데,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어나면 리튬 가격이 상승, 고스란히 가격 부담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다만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김현우 연구위원은 "지금 저장 기술이 불충분하다, 비싸다는 것은 근시안적 관점"이라며 "전력 소비가 집중되는 시간대의 수요를 조절하거나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등 2030년, 2050년까지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보급하면 방법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