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랜드총한인회 17대 정현숙 회장 취임식장에서다.
이날 취임식은 전날부터 메릴랜드 지역을 강타한 겨울 눈폭풍에도 불구하고 많은 축하객이 몰려들었다.
그 면면을 보면 이 곳이 미국 유력정치인의 후원회장인지 한인회장 취임식장인지 헷갈릴 정도다.
메릴랜드 주를 대표하는 연방상원 크리스 반 홀렌 의원과 보좌진들이 참석했다.
주 상원 및 하원 의원들과 그 보좌진들도 대거 참석했다. 수전 리(중국계) 상원의원, 마크 장(한국계), 데이비드 문(한국계), 브룩 리어맨 의원(백인) 등이다.
주 정부의 국장급 인사들과 주 정부 아래 우리나라의 군에 해당하는 몽고메리 카운티의 마크 엘리치 집정관(군수), 하워드 카운티 캘빈 볼 집정관과 그의 보좌진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 밖에 주 행정법원 박충기(한국계) 법원장, 주 검찰총장, 카운티 보안관 등 내로라하는 법조계 인사들도 총출동했다.
또 차기 메릴랜드 부지사로 유력한 여성 정치인도 함께했다.
일반 한국 교포들까지 합하면 200여명의 하객들로 카운티 청사 1층에 마련된 행사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이날 취임 소감을 위해 단상에 선 정 회장이 행사장이 주요 하객들을 일일이 소개하는 데만도 5분 가까이 걸렸다.
이를 위해 △차세대 육성 방안 강구 △초기 이민자들 정착지원 △주류사회 진입에 필요한 교육 △소수민족과 연대한 인종범죄 대응 등을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축사로 나선 연방 상원 반 홀렌 의원은 "그 동안 한인회 회장단이 보여준 팀워크에 경의를 표한다"며 새 회장단에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방 단위, 주 단위, 카운티 단위 등 여러 단위에서 한인사회와 파트너 관계를 맺어 영광"이라며 "평상시는 물론 코로나19 시대에도 한인사회가 우리(메릴랜드) 사회에 강함과 역동성을 보태줘서 미국이라는 사회, 미국이라는 국가가 한층 성공적이고 강인하게 만들어졌다"며 '고맙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행사는 상당수의 참석자가 마이크를 잡고 덕담을 나누거나 선물을 증정하는 시간이 더해지면서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문화공연 전 1부 본행사가 끝날 때까지 본 홀렌 상원의원 등 내빈들이 자리를 뜨지 않아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교포 이우진(54) 씨는 "주류 사회 정관계 인사들, 다른 소수 민족 단체장 뿐 아니라 한인 2세와 3세들이 한데 어우러진 한인회장 취임식은 처음"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정 회장은 CBS노컷뉴스와 별도의 인터뷰에서 한인사회에서 구축한 인맥들 덕분이기도하지만 그만큼 한인사회의 정치적 힘이 막강해진 현상이 반영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권세중 워싱턴DC 총영사의 평가도 다르지 않았다.
권 총영사는 "과거 한인회 행사가 우리끼리 만나 놀고 마시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미국의 주류 정치인, 유명인사들과 섞인 축제의 마당처럼 변모했다"며 "그만큼 한인사회의 역량이 올라갔고, 위상도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식전공연과 2부 문화공연에서 모듬북 '메가드럼'과 8인조 밴드 '굿 프렌즈' 등이 흥을 돋우었다.
특히 한국의 북은 처음 봤다는 몽고메리 카운티 마크 리치 집정관(아래 사진)은 '메가드럼' 공연을 자신의 휴대폰으로 동영상으로 촬영하면서 연신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미국 사회에서 주로 감사패를 받는 측은 손님인 한인들이 일반적이지만 이날 행사에서는 오히려 한인사회가 미국 주류 정치인들에게 감사패를 주는 주인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