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尹 양자토론 결국 파행…알권리 대신 공방만 남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1월31일 일대일토론'이 무산됐다. 양자토론 때문에 4자토론마저 설 연휴 이후로 미뤄졌던 만큼, 국민의 알권리가 여야 공방에 희생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윤석열 후보 간 양자토론 방식을 둘러싼 실무협상이 토론회 당일인 31일까지 결렬 상태를 이어가며 사실상 설 연휴 토론이 무산됐다. 지난달 28일부터 시작한 여야 실무협상단 대면회의는 30일까지만 이어졌고, 당일인 31일에는 끝내 양측이 만나지도 않았다. 그만큼 서로가 이제 이견을 좁힐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토론회 '주제 구분 여부'가 문제였다. 민주당은 토론에서 국정 전반을 다뤄야하는 만큼 주제별로 적정 시간을 배분해 토론하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주제 없이' 사실상 자유토론을 내세웠고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이를 수용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료 지침 여부'가 발목을 잡았다. 국민의힘 토론협상단장 성일종 의원은 "이재명 후보가 또 말재주를 부릴 때 (유석열 후보가) 정확한 팩트를 제시하며 반박해야만 진실을 밝힐 수 있다"며 토론회에 자료지침을 허용해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모범답안 없이는 국정이나 정책에 대해서 토론할 능력이 없다니 참으로 딱하다"며 날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 등 양당 TV토론 협상단. 연합뉴스
양측은 날선 신경전을 벌이면서도 먼저 명시적으로 '토론회 불발'을 선언하지는 않았다. 양자토론이 무산됐을 경우 그 책임을 상대에 넘기려는 의도로 보인다. 아직 남은 설 연휴 기간 양자토론이 성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협상 과정을 계기로 양측의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진 만큼 금명간 결론이 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또 양측 모두 2월3일 4자토론은 예정대로 참석하겠다고 밝힌 만큼, 양자토론을 진행했을 때의 이득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양자토론에서 빠진 소수정당들의 반발도 부담이다.
 
결국 양자든 4자든 설 연휴 대선후보 토론회는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애초 국민의힘을 제외한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여야 3당은 지난달 31일 지상파 방송3사 주관 하에 다자토론을 진행하려고 했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1월31일 양자토론'을 제안했고 민주당이 이를 받으면서 설 연휴 다자토론도 무산됐다. 국민의 알권리 대신 여야 공방만 남은 셈이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거대양당이 추진했던 양자토론을 '담합토론'이었다고 비판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윤창원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는 "두 당은 서로를 비난하기 전에 부끄러운 줄 알라. 진영의 힘으로 덩치만 컸지 도대체 갖고 있는 내용이 뭐가 있나"라며 "두 후보는 먼저 애당초 논의를 해서는 안 됐던 담합 토론으로 정치적 갈등을 조장한 데 대해 국민께 사과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정의당 제공
정의당 심상정 후보
도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는 원칙도 명분도 없는 담합으로 또 한 번 비호감 대선을 만든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며 "더는 양자토론 꼼수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는 기득권 담합 선거를 하지 않겠다고 국민 앞에 분명히 약속하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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