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주제에 제약을 두지 않기로 합의가 이뤄졌지만, 후보들이 토론에 참고할 수 있는 자료를 지참할 것이냐 여부를 놓고 줄다리기가 이어지다가 실무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을 각각 단장으로 하는 협상팀은 이날 오전과 오후 2차례 실무협상을 하고 토론 방식을 협의했으나 결국 합의하지 못했다.
이날 오전 11시 첫 협상에서 민주당은 민생 경제, 외교안보, 도덕성 검증을 주제로 토론하자고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제한 없이 자유 토론을 하자고 요구하면서 협의는 중단됐다.
오후들어 이재명 후보가 페이스북에 "원하는 대로 주제 없이, 자료 없이 토론하자"고 밝히며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됐지만, 국민의힘이 토론 자료를 지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다시 대치가 시작됐다.
민주당은 "윤 후보는 커닝 없이는 토론을 못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들은 수첩 대통령을 바라지 않는다"며 자료 없이 토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가 네거티브는 최소화하되 국정 전반과 정책 역량을 검증한다는 전략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의혹을 겨냥해 "이 후보가 교묘한 말솜씨와 궤변으로 일관할 경우 자료나 증거 없이 반박할 수 있겠나"라며 "어떻게든 양자토론을 안 하겠다고 생떼를 쓰고 있다"고 맞섰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가 각종 증거를 토대로 피의자 신문하듯 의혹을 규명하는 모습을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양측은 상대방에 변화를 요구하며 공전을 거듭했고, 성일종 의원이 제시한 협상 최후 시한인 31일 0시까지 양측의 접촉이 이뤄지지 않으며 실무협상이 결렬됐다.
성 의원은 입장문에서 "국민의힘은 양자토론에 대한 노력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상 이날 개최는 힘들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단순해 보여도 유튜브 중계 시스템 설치, 참석자 선별 등 협의하고 준비할 일이 많다"며 "물리적으로 시간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양측이 협상 결렬을 공식 선언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날 오전에 추가 협상이 이뤄져 극적 타결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또 양자토론이 무산되더라도 다음달 3일 4자토론은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포함해 모든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