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북, IRBM급 미사일 발사"…2018년 이후 최대 무력시위

북한이 지난 2017년 공개했던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 준비 과정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약 4년만에 화성-12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쐈다. 이는 이 미사일의 마지막 발사로부터 4년 4개월만이자, 2018년 4월 이른바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모라토리엄 선언' 이후 처음이다.

합동참모본부는 30일 "우리 군은 오늘 오전 07시 52쯤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 동해상으로 고각으로 발사된 중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며 "비행거리 약 800km, 고도는 약 2천km로 탐지했다"고 밝혔다.


2017년 쐈던 화성-12형과 가장 제원 비슷…무력시위 수위 올라갔다

한미 정보당국은 이를 IRBM(Intermediate-Range Ballistic Missile, 3천~5500km)급, 즉 중(장)거리 탄도미사일로 보고 있다. IRBM은 나라마다 번역이 조금씩 다른데 우리 정부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북한은 '중장거리 탄도로케트'라고 표현한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단어도 혼용된다.

그 아래 등급인 MRBM(Medium-Range Ballistic Missile, 1천~3천km)은 우리 정부가 '준중거리 탄도미사일', 북한은 '중거리 탄도로케트'라고 표현한다.

이번 미사일은 상승단계에서 최고속도 마하 16을 기록해 동해상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에 떨어졌다고 전해졌다. 합참은 이번엔 별다른 표적 없이 미사일이 바다에 낙하했다고 전했다.
시민들이 30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긴 사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일은 2019년 10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제외하면, 2018년 4월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3차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4월 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다"는 결정서 채택 이후 처음이다. 아직 ICBM을 발사하지는 않았지만, ICBM에 근접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탐지된 제원은 2017년 5월 14일 화성-12형 발사 당시와 가장 비슷하다. 당시 비행거리는 약 700km, 고도는 2천km 이상이었다. 북한은 다음 날 관영매체를 통해 이 미사일을 공개하며 "로케트 연구 부문의 과학자, 기술자들은 주체 106(2017)년 5월 14일 새로 개발한 지상대지상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케트 '화성-12'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고 밝혔다.

화성-12형 IRBM이 첫 성공한 이후 북한은 화성-14형과 15형 ICBM도 잇따라 발사하며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았다. 화성-12형 자체도 북한 전략군 김락겸 사령관이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 4발의 동시 발사로 진행하는 괌 포위사격 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 같은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 미사일을 마지막으로 발사한 일은 2017년 9월 15일 평양 순안비행장(순안국제공항)에서다. 비행거리 3700km에 고도 770km를 기록했는데 평양에서 괌까지 거리가 3400km로, 실제 '포위사격'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한 셈이다. 즉, 이번 미사일이 화성-12형이 맞다면 4년 4개월만에 발사한 셈이다.
북한이 2017년 9월 15일 발사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연합뉴스

통일연구원 홍민 연구위원은 "8차 노동당 대회에서 제시된 전략무기 개발 방향 가운데 하나는 1만 5천km 사정거리 내 다양한 전략적 대상에 대한 타격 능력 확보"라며 "미국 본토, 미 태평양함대, 미 7함대, 주한미군 등에 대한 '핵 선제타격과 보복능력의 고도화'를 구체적 목표로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라토리엄 공식적 파기 선언과 행동 단계 돌입 전 단계적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며 "공식적 '파기' 선언을 한다면 충격이 크기 때문에 이번 미사일 발사는 사전에 단계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며 국제사회의 반응을 보기 위한 용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4년 4개월만에 등장한 IRBM…고체연료 가능성은 아직 신중

한편 이 미사일에 대해 합참 관계자는 "발사 징후를 미리 인지하고 대비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화성 계열 액체연료 미사일은 연료 주입에 몇 시간이 필요해 그 과정에서 포착되는 경우가 많다. 고체연료 또는 앰풀화 기술이 적용됐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좀더 분석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합동참모본부

북한이 4년 4개월만에 이 미사일을 왜 다시 쐈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기존 액체연료가 아닌 고체연료 ICBM을 발사하기 전 수순으로 보기도 한다. 지난해 8차 노동당 대회에서 직접적으로 고체연료 ICBM이 거론됐기 때문이며, 화성-12형에 쓰인 백두산 엔진은 화성-14형과 15형 ICBM에도 그대로 쓰이기 때문이다.

앞서 북한은 2019년 12월 서해 위성발사장(동창리 미사일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두 차례 시행했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중대한 시험'이 뭔지 제대로 밝히진 않았지만 그 정체는 백두산 엔진을 개량한 액체연료 엔진 시험이나 고체연료 엔진 시험이었을 수 있다.

당시 "이번에 진행한 중대한 시험의 결과는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 번 변화시키는 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9월 화성-8형 '극초음속 미사일'발사 당시 "암풀(ampoule, 액체를 밀폐용기에 담는 것)화된 미싸일연료계통과 발동기의 안정성을 확증하였다"고 발표한 적도 있다.

다만 한국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고체모터를 이용해 이 정도 고각과 사거리로 발사한다면 단일 고체모터로는 어렵고 2단 정도가 필요하다"며 "이번 발사에서 단 분리가 탐지되지 않았다면, 기존의 액체추진제 기반 화성-12형 IRBM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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