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대 대통령선거가 37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문화예술 공약의 경우 일부만 정책을 내놓는 등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이 때문에 문화예술계에선 '정책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않다며 우려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지난 20일 "백척간두 벼랑에 선 문화예술인의 절망적인 숨통에 다시 예술의 숨결을 불어 넣어야 한다"며 문화예술 6대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이날 문화 예산을 2.5%확대하고 문화예술인에 연간 100만원 기본소득 지급을 전격 약속했다. 모든 문화예술인에게 충분한 노동권 보장을 위한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는 이밖에 △국민 문화기본권 보장 및 '국민창작 플랫폼' 운영 △지역 문화자치 강화 및 문화마을 조성 △청년 예술인 지원 실시 및 청년 마을예술가 고용 △문화외교 강화 및 코리아 프리미엄 창출 △투자 및 일자리 창출 확대 등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작품 활동비 지원 △각 광역시도에 배리어 프리(무장애) 창작 공간 설치 △국공립 공연·전시장에 장애인 공연 및 작품 전시 의무화 △저작권 등록·보호 등을 내세웠다.
윤 후보는 또 지난해 12월 대학로에서 열린 청년문화예술인간담회에 참석해 "청년들이 하는 스타트업에 대해서도 정부가 지원하듯이 문화예술 분야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정부가 정책 분야 등에서 지원은 하되, 운영에는 간섭하지 않는 이른바 '팔길이 원칙' 기조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문화체육관광부·방송통신위원회 등 담당부서가 산재돼있는 음악, 웹툰, 영화, 게임 분야의 경우 국무총리 직속 '규제혁신처'를 둬 부처 간 업무조율 및 규제개혁을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또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예술인권리보장법'을 적극적으로 해석, 당사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해당 시행령을 체계적으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2월 중에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는다고 한다. 공약에 담길 주요 정책 일부는 △펜데믹 같은 재난 상황 시 문화예술인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 △예술인들의 노동 조건 개선 △독립영화·인디뮤직·기초예술 분야 지원 등이다.
"기본소득? 예술가로서의 대우…최소한의 복지공약"
문화예술계 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각 캠프의 문화예술정책은 실망스러운 상황"이라며 "특히 윤석열 후보 측의 문화예술정책은 아직 어떠한 틀도 발표되지 않았고, 안철수 후보 측의 팔길이 원칙은 이미 90년대부터 문화예술지원정책의 기본방침으로 제시되어온 원론적인 코멘트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뿐만 아니라 역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대통령 후보들은 꾸준히 문화예술공약을 발표해왔다"며 "어떠한 정책들은 단기적이거나 즉흥적인 정책들이기도 했지만 구조적이고 중장기적인 아젠다를 포함해 제시됐는데, 문화예술노동자들의 직업적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는 아예 검토조차 안 되는 것 같아서 답답한 점도 많다"고 토로했다.
대체로 이 후보가 내건 공약을 두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기본소득엔 엇갈린 반응도 있다.
한 연극계 관계자는 "예술인 고용보험이 시행됐음에도, 사실상 그 예술가들에 대한 대우라든지 처우 개선들은 사실상 안 되고 있다"며 "(기본소득 공약은) 복지체계에 벗어난 예술가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끔 하는 최소한의 다리로서의 복지공약이 된다. 내가 예술가로서의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류열풍, 케이팝 등과 같이) 기초예술 단계를 계속 만들고 공공재로서 예술들의 역할들이 있다"며 "(그러다 보니)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열정페이, 열정노동을 해도 되는 거라고 당연히 여기는 게 있는데 예술인 기본소득제를 시행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 사람이 예술가로서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문화예술계 한 관계자는 "예술인기본소득 공약은 예술인들의 이를 썩게 하는 사탕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지급대상이 모호해 생색내기 선심성 공약이라며 정치적 공격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이재명 후보가 문화예술정책에서 2.5% 규모의 문화예술예산를 확보하겠다고 밝혀 다행스럽다"며 "예술인만이 입주하는 공공임대주택(예술인주택)정책 역시 지자체에서도 검증된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기본소득은) 지금 문화 예술인들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공약 중에 하나"라며 "전시회를 개최하는 사람들만 혜택을 보는 게 아닌 생계 등 현실적으로 어려운 현장 예술인들에게 예술활동에 몰두할 수 있도록 직접적인 지원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공 임대주택 제공 공약에 대해서도 "주거 마련이 문화 예술인을 힘들게 하는 이유 중 하나"라며 "셰어하우스 형태 공급 등을 통해 월 임대료를 저렴하게 제공한 뒤, 이들이 무명 시절에 역량을 키워 나중에 갚을 수 있게끔 하는 제대고 마련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의 장애인예술 공약을 두고 긍정적이라는 반응도 있다. 장애인예술단체 한 관계자는 "국공립 공연 전시장에 장애인 공연 및 작품전시회를 의무화의 경우 제도적으로 만들어 주는 거라 고무적"이라며 "광역시도에 배리어프리 창작공간을 설치하는 공약 또한 유럽과 달리 국내엔 없다시피 해서 시도 자체가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