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군단의 범띠 설영우 "울산의 키플레이어는 바로 나"

인터뷰 중인 설영우. 울산 현대

2022년 임인년(壬寅年)을 맞은 호랑이 군단의 범띠 설영우(23·울산). 올해 모든 것들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지난해 K리그 영플레이어상과 대한축구협회 영플레이어상 등 신인상 2관왕의 영예를 안았기에 그를 향한 기대는 점점 커지고 있다.

그만큼 부담도 따를만 하지만 설영우는 오히려 당찬 모습이었다.

설영우는 27일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올해가 임인년이라 동기부여가 더 많이 된다. 반드시 우승을 차지해 잊지 못할 한 해를 보내고 싶다"며 우승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2020년 울산에서 프로에 데뷔한 설영우는 두 시즌 모두 아쉽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그는 "팬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컸다. 세 번의 실수는 없도록 반드시 우승을 해서 팀의 역사에 남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울산이 경남 거제에서 진행 중인 새 시즌 담금질은 어느덧 막바지에 달했다. 설영우는 "현재 대표팀에 차출된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전술보다 체력적인 부분에 집중했다. 몸 상태를 80% 정도까지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를 돌아봤을 때 공격은 잘 됐는데 수비가 아쉬웠던 경기가 많았다"면서 "올해는 감독님께서도 수비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강팀은 골을 먹지 않는다'는 감독님의 말씀처럼 수비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설영우는 베테랑 박주영(36)과 김영권(31)의 합류로 올 시즌 우승에 대한 확신이 가득했다. 특히 올 시즌 박주영과 호흡을 맞출 생각에 설렘이 가득해 보였다.

그는 "나는 크로스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골대 쪽으로만 올려놓으면 (박)주영이 형이 다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면서 "주영이 형은 어릴 적 TV로만 보던 선수다. 주영이 형의 골을 어시스트를 한다면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권은 대표팀 일정 때문에 동계훈련을 많이 소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영권은 설영우에게 첫 만남부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설영우는 "(김)영권이 형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짧았지만 처음부터 든든함이 느껴졌다"면서 "올 시즌은 유독 다를 거란 느낌이 들었다. 영권이 형이 대표팀에서 돌아오면 귀찮게 따라다니면서 많은 것을 배울 생각"이라고 전했다.

설영우는 유독 베테랑 선수들을 잘 따르는 듯 했다. 신인 시절에는 국가대표 오른쪽 풀백 김태환(32)의 꾸중도 마다하지 않았다.

설영우는 "(김)태환이 형은 주로 내 정신력에 대해 많은 지적을 해주신다. 몸싸움을 하다가 쓰러지면 '그런 정신력으로는 살아남지 못한다'고 말씀하셨다"면서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태환이 형이 그런 말을 하면 수긍할 수밖에 없다. 올해는 그런 말을 듣지 않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어느새 프로 3년차가 된 설영우는 그새 후배들이 많아졌다. 그는 "형들이 '설영우 많이 컸다'고 말씀하신다. 1~2년차 때보다 후배들이 많아져서 기분이 좋다"면서 "주로 태환이 형이랑 (신)형민이 형 같은 고참 형들에게 혼나는 위치였는데 이제 내가 후배들을 혼낼 수 있는 위치가 돼서 운동할 때 힘이 넘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훈련 중인 설영우. 울산 현대

설영우는 울산의 유스팀 현대중-현대고-울산대 출신이다. 울산 토박이인 그는 어려서부터 호랑이 군단의 역사를 가까이서 지켜봤다. 특히 국가대표 오른쪽 풀백 이용(전북)의 울산 시절을 바라보며 성장했다.
 
설영우는 "(이)용이 형은 당시 대표팀에서 뛰던 선수는 아니었지만 그때부터 정말 잘하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하면서 꿈을 이루는 모습을 보고 닮고 싶었다"고 말했다.
 
설영우가 울산의 유니폼을 입은 시점에 이용은 이미 전북으로 떠난 상태였다. 어릴 적 우상과는 라이벌 관계가 됐다.

그는 "포지션상 (이)용이 형과 같은 측면 위치에서 맞붙는 경우가 많다. 용이 형은 크로스도 워낙 좋지만 크로스를 막기 위해 각을 잡으면 안으로 치고 들어오는 플레이도 워낙 뛰어나서 막을 때 어려움이 많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용이 형을 상대할 때마다 나도 성장하는 느낌이 든다. 올해는 형이 날 막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면서 도전장을 내밀었다.
 
설영우는 당차게 올 시즌 울산의 키플레이어로 본인을 지목했다. 그러나 올 시즌 치열한 주전 경쟁에 대한 긴장감도 함께 공존했다.

그는 "내가 양쪽 측면 수비가 모두 가능하지만 (이)명재 형도 가능하고 오른쪽에는 태환이 형도 있기 때문에 쉽게 넘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컨디션에 따라 경기에 나서는 선수가 결정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약점인 왼발 크로스는 동료에 대한 믿음으로 극복하기로 했다. 설영우는 "왼쪽 측면 수비가 편하지만 오른발잡이라 왼발 크로스 타이밍이 늦다. 그래서 (오)세훈이나 다른 공격수들한테 욕을 많이 먹는다"면서도 "안되더라도 올려놓으면 공격수들이 능력이 좋기 때문에 알아서 처리할 거라 믿는다"고 전했다.
 
올 시즌은 2022 카타르 월드컵 개최에 맞춰 역대 가장 빠른 2월 19일에 개막한다. 휴식기가 짧아 체력 부담이 우려됐지만 설영우는 "시즌을 마치고 3주간 휴식을 취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은 없다"면서 "시즌이 빨리 시작하는 만큼 동계훈련 기간이 짧아서 오히려 좋다. 빨리 경기를 뛰고 싶다"고 새 시즌을 기대했다.
 
마지막으로 설영우는 설 연휴를 앞두고 팬들에게 "최근 코로나19로 많이 힘든 시기지만 이번 연휴만큼은 좋은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다"고 전하면서 "항상 전북이 우승을 했지만 이제는 울산이 우승을 해야 K리그가 재밌어질 거라 생각한다. 올 시즌 K리그 팬분들께 더 재밌는 축구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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