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윤 후보 측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한 검증 필요성을 앞세우며 양자토론 요구를 고수하는 과정에서 토론의 상대적 약자로 여겨졌던 윤 후보의 '언더독' 이미지가 희석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토론 경쟁에서 열세에 있는 약자를 더 응원하고 지지하는 효과를 누리기 어렵게 됐다는 의미다.
양자토론 고수하던 국민의힘 先양자토론-後4자토론 쟁취
국민의힘 토론협상단의 단장인 성일종 의원은 28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후보는 1월 31일 오후 7시부터 9시 사이 양자토론을 수용하시라"며 "방송3사 주관의 4자토론을 2월 3일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이날 오전 기자회견 때만 해도 국민의힘은 양자토론만 개최하고 4자토론은 설 연휴 이후에 별도 협상을 거쳐 일정을 잡자고 제안했지만, 윤 후보의 의중이 반영되며 입장이 바뀌었다. 협상단 황상무 특보는 "민주당 측에서 4자토론을 핑계되며 양자토론에서 벗어나려 하니 후보께서도 4자토론에 시간을 두지 말고 바로 만나라는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와의 양자토론이 선행되지 않으면 4자 토론은 없다는 점은 고수했다. 국민의힘이 선(先) 양자토론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는 이유는 양자토론이 이재명 후보를 제대로 검증할 기회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선대본 관계자는 "4자가 같은 시간을 할당 받아 토론하게 되면, 대장동과 같은 의혹을 제대로 파헤치지 못한다"며 "국민들이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양자토론이 필요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4자토론 경시하며 맞대결엔 자신감…희석된 언더독 효과
기존 양자토론 구도라면, 이 후보는 토론에 강점이 있다는 선입관 때문에 '잘해야 본전'이고, 상대적 약자인 윤 후보는 '언더독'의 위치에서 약간의 선전으로도 큰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가능하다. 하지만 윤 후보가 끝까지 양자토론을 포기하지 않고 토론에서의 '공격수'를 자처하며 상황이 변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양자토론을 강하게 주장해 왔기에 윤 후보가 조금 못한다면, 왜 양자 토론을 그렇게 요구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다른 정당들의 바람처럼 4자 토론을 수용했다면, 시간과 시선이 흩어지는 효과가 있는데, 전략적 실수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여러 조건을 달며 양자 토론에 무게를 두고 최종 성사까지 시간을 끈 측면이 있는데, 결과가 실망스럽다면 국민 평가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