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나 휴가철이면 으레 기대하게 되는 영화가 있다. 가족 단위 관람객이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영화. 설 연휴를 앞두고 이러한 영화를 기대한 관객들을 위해 해양 액션 어드벤처 '해적: 도깨비 깃발'이 출정했다. 단, 너무 큰 기대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자칭 고려 제일 검인 의적단 두목 무치(강하늘)와 바다를 평정한 해적선 주인 해랑(한효주)은 한 배에서 운명을 함께하게 된다. 하지만 둘은 산과 바다, 태생부터 상극으로 사사건건 부딪히며 바람 잘 날 없는 항해를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왜구 선을 소탕하던 이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왕실의 보물이 어딘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해적 인생에 다시없을 최대 규모의 보물을 찾아 위험천만한 모험에 나선다.
보물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역적 부흥수(권상우) 또한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든다. 해적과 의적, 그리고 역적은 바다 위는 물론 바다 속까지 오가며 생사를 걸고 사라진 보물을 찾기 위해 나선다.
'해양 액션 어드벤처'라는 장르적 동일성, 의로운 해적과 제 역할을 목하는 왕실의 모습 등 큰 틀에서 전작과 닮아 있지만 내용이나 캐릭터 면에서는 다른 영화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전작과의 연관성도 없기에, 해당 작품을 보지 않더라도 '해적: 도깨비 깃발'을 보는 데는 지장이 없다.
본격적인 설 연휴를 앞두고 개봉하는 '해적: 도깨비 깃발'은 명절용 액션 어드벤처 영화다. 코미디와 액션 사이로 얼핏얼핏 백성을 돌보지 않는 왕조에 대한 비판과, 약자이지만 사실 나라의 중심인 백성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대목이 스치고 지나가기도 한다.
배우들이 자기 캐릭터를 위해 변신한 모습을 보는 것, 생애 첫 악역으로 변신한 권상우의 모습 또한 재미 중 하나다.
배우뿐 아니라 '해적: 바다로 간 산적'에서도 그렇듯이 영화에 등장하는 감초 캐릭터 중 하나가 바로 동물이다. 이번에는 이광수가 맡은 막이 캐릭터와 호흡을 맞춘 펭귄의 역할이 눈에 띈다. 펭귄은 귀여움은 물론 중요한 역할을 하는 캐릭터로 등장하는데, 이광수와 펭귄의 호흡 또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그러나 수많은 캐릭터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전개하려다 보니 영화는 대체적으로 산만하다. 탄탄한 중심축 없이 주변만 화려하게 돋보이는 느낌이다 보니, 정신만 사납고 하나로 집중되는 게 보이지 않는다. 코미디를 그려내는 방식도 구태의연하고, 웃기려고 하지만 완전하게 웃기지도, 그렇다고 아예 안 웃긴 것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코미디 장르의 주요 지점 중 하나인 웃음을 통한 현실 비판이나, 비판하고자 하는 대상의 희화화 등이 잠시 보이지만, 이 또한 주가 되지 않는 이야기다 보니 산만함에 묻히고 만다. 영화 자체가 현실 비판이나 풍자보다는 백치미 같은 웃음을 유발하는 것에 중점을 뒀는데, 이러한 웃음 코드 또한 웃음 유발을 위한 코믹 요소가 도드라지면서 앞서 말했듯이 결국 적당한 선에 머무르고 만다.
화려한 CG를 비롯해 잘 구현된 해적선의 모습에 더해 짐벌(gimbal,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물체가 회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구조물) 위에 배를 장착해 실제 바다 위에서 파도를 타는 듯한 실감 나는 배의 움직임을 표현했다.
여기에 배우의 호흡에 따른 역동적인 움직임과 거대한 스케일을 효과적으로 담아내고자 12㎜ 와이드 렌즈를 기본으로 사용하고 카메라 암(arm)의 길이를 조종할 수 있는 테크노 크레인을 적극 활용한 점 등 비주얼적인 면에서 '해적: 도깨비 깃발'은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125분 상영, 1월 26일 개봉,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