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정치 드라마 '킹메이커' 흥행 위협하는 '현실 선거판'

영화 '킹메이커'(감독 변성현)

영화 '킹메이커'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선거에서 승자를 만드는 것은 대의와 신념일까, 아니면 전략일까. 그리고 승리 과정에서 정당한 목적은 필수 불가결한 조건일까. 정당한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이든 감내해야 할까. 이 같은 딜레마가 부딪히는 과정은 대선을 40여일 앞둔 현실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킹메이커'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현실 사회에서 펼쳐지고 있는 만큼, 스스로 이를 뛰어넘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 앞에 그와 뜻을 함께하고자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가 찾아온다. 열세인 상황 속에서 서창대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선거 전략을 펼치고, 김운범은 선거에 연이어 승리하며 당을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까지 올라서게 된다.
 
대통령 선거를 향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되고 그들은 당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그러던 중 김운범 자택에 폭발물이 터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용의자로 서창대가 지목되면서 둘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영화 '킹메이커'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영화 '킹메이커'(감독 변성현)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과 존재도 이름도 숨겨진 선거 전략가 서창대가 치열한 선거판에 뛰어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연출했던 변성현 감독은 1960~70년대 당시 신민당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마타도어(흑색선전)의 귀재' '선거판의 여우'라고 불렸던 '킹메이커'(다른 사람을 대통령 등과 같은 지도자로 집권시킬 수 있는 정치적인 능력과 영향력을 가진 사람)인 엄창록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가져왔다. 1961년부터 김 전 대통령의 선거 참모였던 엄창록은 1971년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후보 캠프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킹메이커'는 그 어느 곳보다 약육강식의 법칙이 강하게 적용되고 각종 전략과 모사가 판치는 선거판을 배경으로 한다. 이를 통해 수단과 목적의 정당성과 대의를, 빛과 그림자라는 은유로 그려낸다. 또한 시작부터 던지고 싶은 질문을 명확하게 던지고, 영화 내내 이를 이어간다. 정당한 목적을 위해 과정과 수단까지 정당해야 하는가, 아니면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감수해야 하는가라는 오래된 딜레마에 관해 말이다.
 
겉보기는 선거전이지만 사실은 이른바 '개싸움'인 선거판에서 과연 누군가를 승자로 만드는 것은 대의인지, 아니면 옳고 그름을 벗어나 이기고자 하는 전략인지, 혹은 그 두 가지가 공존하는 것인지 말한다.

"옛날에 그리스에 살던 아리스토텔레스란 아저씨가 이런 말을 했수다. 정의가 바로 사회의 질서"라는 영화 속 김운범의 대사와 "플라톤은 정당한 목적에는 수단을 가릴 필요가 없다고 했었죠. 플라톤이 아리스토텔레스 스승"이라는 서창대의 대사는 이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영화 '킹메이커'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김운범과 서창대의 상반되는 대사처럼 영화는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캐릭터를 내세운다. 영화에서 '그림자'로 불린 서창대를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그림자를 활용한 다양한 연출과 신이 자주 보이는데, 이는 캐릭터가 가진 속성과 서창대 내면에 자리잡은 그림자를 외부로 꺼내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그가 가진 야망과 이를 이루기 위한 방식이 가진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데, 이는 킹메이커라는 숨은 조력자인 서창대와 전면에 모든 것을 드러내야 하는 빛 김운범의 속성이 대비된다. 이는 곧 감독이 던진 두 가지 선택지 중 어느 쪽에 더 마음이 기우는지를 간접적으로 묻는 장치다.
 
이처럼 영화는 타이틀롤이기도 한 서창대를 따라 그가 영화 시작에서 던진 질문과 이에 관한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그가 수많은 일을 겪고 난 후 다시 한번 시작점에서 던졌던 질문을 스스로에게도 하며 어떤 답을 찾았는지 주목해서 보면 더 재밌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찾은 답과 서창대, 김운범의 답을 비교해보는 것 또한 이 영화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은 과연 현실 선거판에서 무엇을 거르고, 무엇을 보고,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된다. 현실 속 대선을 앞두고 관객들에게 현실을 복기하고, 대선에서 각자의 투표권을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영화 '킹메이커'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잘 알려진 이야기이기도 하고, 정치적으로 깊게 들어가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쉽게 영화로 진입할 수 있다. 대의와 수단에 대한 딜레마라는 제법 묵직한 주제를 이야기하지만 이를 그려내는 방식은 블랙코미디, 풍자 등 가볍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쉽고 재밌게 풀어내기 위해서인지,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몰라도 감독의 정치적 해석은 배제됐다.
 
앞서 말했듯이 '킹메이커'는 캐릭터 영화다. 서창대와 김운범뿐 아니라 정치와 선거를 중심으로 몰려든 캐릭터들의 개성과 속성을 즐기는 것 역시 관전 포인트다. '개싸움'으로까지 불리는 선거판에서 그들은 과연 어떤 욕망과 대의를 표상하는지 뜯어보면, 지금 현실에도 적용되는 선거판과 그 주위를 맴도는 사람들을 엿볼 수 있다.
 
영화 속 선거판보다 대선을 앞둔 현실의 선거판이 더욱 흥미진진하기에, 혹은 거짓과 비방으로 얼룩진 현실 정치와 선거에 염증을 느낀 국민이자 관객들이 얼마나 '킹메이커'를 선택할지도 주목되는 지점이다. '킹메이커' 흥행의 진짜 위협적인 존재는 다른 영화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아닌 '현실 선거판'일 수도 있다. 과도한 정치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후 사과한 바 있는 감독의 과거를 기억하는 관객들 역시 영화가 넘어야 할 산 중 하나다.
 
123분 상영, 1월 2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 '킹메이커' 포스터.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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