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승리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당대표가 꺼내 든 '86세대 용퇴론'이 메아리 없이 홀로 울리는 모양새다.
인적쇄신의 특성상 호응의 움직임이 연쇄적으로 일어나야 효과가 발휘되는데, 어느 의원 하나 동참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혼선을 부추기는 메시지가 나오는 등 어수선한 모습이 부각되고 있어 모처럼의 결단이 별 소득 없이 묻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송영길 "광야로 갈 때" 외쳤지만 86세대 與의원 수십명 모두 無반응
민주당 의원 중 3선 이상이면서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이거나 그 이상의 연령인 의원은 43명에 달한다. 86세대이면서 재선 이상인 의원으로 가면 그 수는 더욱 크게 늘어난다.
송 대표의 친구이자, 또 한 명의 86세대 맏형격인 우상호 의원을 제외하고는 수십여 명의 의원 중 누구 하나 동참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 의원은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준비를 위해 차기 총선 불출마를 일찌감치 선언해놓은 상태여서 소구력이 없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송 대표, 우 의원 등과 각별한 사이이자 함께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86세대의 대표적인 정치인들은 SNS 메시지조차 내지 않고 있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86세대 용퇴론은 중심 화제가 되고 있지 않다.
지난 24일 이재명 정부에서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른바 이재명 대선 후보의 '7인회' 중 한 명인 김남국 의원은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툭 터놓고 단톡방이나 의원총회와 같은 곳에서 자유롭게 말하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관련 소통이 지극히 개인적인 관계에서만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대표가 말을 꺼냈으니 얘기가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지켜보기는 하겠지만 정치적 거취가 걸린 문제라 쉽게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宋 결단에 감사"까지 표했지만 되레 '제도 용퇴론' 논란만
하지만 당사자들이 조용한 상황에서 김종민 의원이 사람의 용퇴가 아닌 '제도 용퇴론'을 꺼내들면서 불필요한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자신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 "용퇴 문제가 핵심이 아니고, 이 제도를 용퇴시키기 위해서 우리가 힘을 합치자고 노력하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송 대표의 86세대 용퇴 발언에 앞서 지난 23일 "국민은 다양한데 국회가 엘리트 5060 동종교배여서는 신뢰받지 못한다", "386 정치인 100명이 넘는 국회에서 노무현의 정치개혁음 멈춰서 있다"며 86세대 중심인 국회의 인적구성 쇄신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이랬던 김 의원이 자신을 포함한 86세대의 "용퇴가 핵심이 아니다"라고 방송에서 발언을 하니 말 바꾸기로 인식된 것이다.
이에 같은 86세대인 민주당 선대위 김우영 대변인이 "김 의원이 좀 전에 라디오 인터뷰에서 586 용퇴는 사람의 용퇴가 아니라 제도의 용퇴라 하신다. 이런 것을 요설이라 하는 것"이라며 "차라리 말을 말든지. 행동하지 않는 구두선의 배반형"이라고 지적에 나섰다.
반전카드로 던졌지만 효과 없을 시 설 연휴에 앞두고 실점될 수도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지지율 정체에 최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상승세까지 겹치자 고심 끝에 던진 인적쇄신 카드인 만큼 효과를 보지 못하면 더 이상의 추가동력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설 연휴를 수일 앞둔 시기에 꺼내든 것은 연휴 동안 유권자들이 민주당의 쇄신 움직임을 이야기하기를 바란 것인데, 오히려 '당대표와 측근은 희생한다는데 다른 의원들은 아무도 안 나선다'는 분위기가 확산될 경우 되레 역효과만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당대표이자 86세대 맏형인 송 대표가 동년배와 교감도 없는 카드를 독단적으로 꺼내들었다는 지적까지 겹치게 된다면 내상은 더욱 깊어질 수 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개인의 거취와 관련된 인적쇄신 카드는 그 파급력 때문에 잘 활용될 경우 효과적인 전략이 되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 자칫 우습거나 거짓말을 하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아직 수면 아래에 가라 앉아있는 관련 논의들이 얼마만큼 활성화가 되느냐에 따라 이번 설 민심도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