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코스피 시장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은 1615억 원을 순매도하며 2450억 원을 순매도한 외국인과 함께 이날 하락장을 이끌었다. 금융투자가 2560억 원을 순매수한 덕분에 기관 전체 순매도액은 163억 원으로 줄었다. 개인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2264억 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방어에 나섰다.
코스피 시장에서 연기금은 올해들어 지난 12일 323억 원을 순매수한 것을 제외하고 18거래일 가운데 17거래일을 순매도로 일관했다. 전체 순매도액은 1조 6148억 원이며 이 기간 개인은 4조 2582억 원, 외국인은 9559억 원을 순매수했다.
지난해에 비해 순매도액이 크지는 않지만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침체를 거듭하면서 전반적으로 거래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큰손' 연기금의 매매동향에 따라 시장의 방향성이 크게 좌지우지 되는 상황이다. 올해 2998.32포인트로 개장한 코스피는 26일 2709.24포인트로 마감하며 10% 가까이 하락했다.
다만, 매매 주체별로 보면 오히려 금리상승과 이에따른 환율 변동성에 더 민감한 외국인 투자자는 오히려 올해 순매수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국내 기관, 특히 연기금의 대응이 과도한 것 아니냐는 증시 참여자, 특히 개미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단지 올해 연초 뿐만 아니라 지난해 전체로 봐도 연기금은 국내 주식을 투매 수준으로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개미들의 불만을 감정적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연기금은 지난 2020년 12월 24일부터 지난해 3월 14일까지 51거래일 연속 순매도 기록을 세웠으며, 이 기간 순매도액은 14조 5000억 원에 이른다.
그 결과 연초 3266포인트까지 솟구쳤던 코스피 지수는 이 기간 3000선까지 내려앉았다. 지난해 전체로 보면 연기금은 24조 1429억 원을 순매도하며 코스피가 다시 '박스피'(박스권+코스피)에 갖히는데 일조했다.
연기금이 지난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크래프톤으로 1조 1781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9178억 원), 카카오페이(6861억 원), 하이브(4984억 원) 등이 상위 순매수 종목이다.
그런데 이들 종목의 26일 기준 주가와 연기금의 매수 추정평균가를 비교해보면 크래프톤 -42.84%, 삼성바이오로직스 -12.15%, 카카오페이 -27.75%, 하이브 -11.47%을 각각 기록 중이다. 범위를 더 넓혀 보면 지난해 연기금의 순매수 상위 20개 종목 가운데 단 3개 종목을 제외하고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크래프톤·카카오페이·하이브·SK바이오사이언스·SK바이오팜 등 순매도 상위 종목 가운데 상당수가 최근 1~2년 내에 상장한 신생사로 주가 변동성이 큰 종목이라는 점에서 '기금의 안정적 운용'이라는 대원칙과도 맞지 않는 투자 패턴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연기금은 삼성전자(10조 9480억 원)을 비롯해 LG화학, SK하이닉스, NAVER, 현대차, 삼성SDI 등 시총 상위종목의 주식을 1조 원 넘게 팔아치웠다.
코스피를 대표하는 우량주를 대량 매도하며 지수 하락에 일조했지만, 대신 사들인 종목은 큰 변동성에다 수익률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대체 연기금의 운용 원칙이 무엇인가'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