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임순례 (영화감독 (전 동물권행동 카라 대표))
최근 드라마에서 배우가 낙마하는 장면 촬영하다가 말이 숨지는 일이 있었죠. 알고 보니 말의 발에 줄을 묶어서 사람들이 잡아당기는 방식으로 촬영을 했고 목이 꺾인 말이 숨진 겁니다. 비난 여론이 대단한데요. 이 촬영장에서의 동물 학대 논란,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이분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동물권 보호단체 카라의 대표를 지내셨고 유명한 영화감독이시죠. 임순례 감독 연결이 돼 있습니다. 임 감독님 안녕하세요.
◆ 임순례>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이번 태종 이방원 사고 어떻게 보셨어요?
◆ 임순례> 일단 동물들이 사극 촬영 현장에서 이렇게 소중하게 대우받지 못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 이걸 실제로 이렇게 제보된 영상을 보니까 이렇게 잔인하고 이렇게 원시적인 방법으로 촬영을 했구나, 그런 게 굉장히 놀랐고요. 그다음에 더 놀란 건 어쨌든 이번 제보영상에 대한 일반시민들의 반응이 이렇게까지 뜨거울지, 많은 분들이 동물권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이 상승되었구나, 그런 걸 느꼈습니다.
◇ 김현정> 임순례 감독께서도 2010년에 소가 나오는 영화 찍으셨잖아요.
◆ 임순례> 네.
◇ 김현정> 그렇죠? 제목이 소와 함께하는 여행법. 공효진 씨도 출연하고 했던 작품인데. 물론 이 영화는 잔잔하고 서정적인 영화입니다만 아무튼 동물하고 함께 촬영을 해 보셨던 분이기 때문에 오늘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 주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솔직히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동물 보면서 저는 그 동물들이 훈련받아서 연기를 하는 건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넘어지는 말을 보면서도 그게 일부러 발을 걸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한 거예요.
◆ 임순례> 네, 그렇죠.
◇ 김현정> 어떻습니까? 동물과의 촬영이.
◆ 임순례> 훈련으로 연기가 가능한 동물들은 사실 많지는 않아요. 개 정도일 거고 사실은. 소나 말이나 다른 축종들은 구체적인 연기들을 한다기보다 그들의 습성을 잘 앵글이라든지 여러 가지 CG 특효, 이런 걸로 전달하는 거기 때문에. 이번에 저 같은 경우는 10년 전에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이라는 영화를 찍었는데 그 소는 사실 굉장히 오랫동안 훈련된 소였어요. 우리나라에서 소위 연기할 수 있는 소, 방송에 출연할 수 있는 소가 다섯 마리 정도라고 그래요. 그런데 제가 필요한 게 수놈 소였는데 수놈 소는 그 아이 하나뿐이어서 그 친구를 캐스팅을 했는데 특별하게 연기를 한다라기보다 그 친구의 평소 습성이라든지 행동을 잘 관찰하고 있다가 저희가 필요한 장면들을 선택해서 쓰는 거죠.
◇ 김현정> 그런데 그런 경우는 아주 드물고 그러면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는 연기를 지도해서 시킨다기보다는 어떤 이번 건처럼 소품처럼 다뤄지는 경우가 꽤 많다는 얘기군요.
◆ 임순례> 그렇죠. 특히 말 같은 경우는 달린다든지 이런 식으로 전투라든지 전쟁영화, 사극영화 이런 데에 거의 소품처럼 활용되다가 버려지는 경우가 많고요.
◇ 김현정> 이렇게 다치는 경우도 흔해요? 그러면?
◆ 임순례> 그렇다고 들었어요. 저도 정확하게 제가 현장에 있거나 그렇지는 않은데 이렇게 소홀히 소품처럼 취급되는 거고. 사실은 이 말의 이름이 까미라고 하잖아요. 이 아이는 사실은 원래 경주마였거든요. 그래서 경주를 보통 외국에서는 12살까지는 하는데 우리나라는 4, 5살이면 경주마에서 퇴역을 하는데 이 퇴역된 아이들에게 이런 식으로 퇴출이 돼서 이렇게 만약에 촬영을 하다가 상해를 입거나 죽어도 그 사람들은 별로 그렇게 손해 볼 일이 없는 거예요.
◇ 김현정> 이미 부려먹을 만큼 부려먹은 말이군요. 뽑아먹을 만큼 뽑아먹은. 속되게 말하자면.
◆ 임순례> 그거 아니면 다쳤다고 해서 상해보험을 타거나. 얼마든지 다른 말로 대체될 수 있다는 게 사실 소모품 논쟁의 어떤 핵심인 것 같아요.
◇ 김현정> 진짜 촬영장에서 말이 저렇게 연기하다가 다치면, 그러면 나머지 촬영은 그냥 바꿔서 촬영해요? 다른 동물로?
◆ 임순례> 원래 정확한 동물촬영 가이드에서는 할리우드 같은 경우에는 그 말이 다치거나 했을 때 백업동물들이 준비가 되어 있어야 되는데. 아마 이런 경우는 저도 이 영상을 보면서 놀란 게 이 장면이 사실 그렇게 막 길게 중요한 의미를 갖고 찍어야 되는 그런 장면이 아니더라고요.
◇ 김현정> 네.
◆ 임순례> 아주 짧게 지나가야 되는 거고. 굳이 그렇게 말의 어떤 심각한 부상이나 사망을 예견할 수 있는 상황까지 이끌어갈 그만한 가치 있는 영상이 아니었는데. 그래서 이게 어쨌든 말을 대하는, 동물을 대하는 스태프, 제작진의 의식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의식의 문제고. 돈도 문제이지 아니었을까요, 제작비. 저런 것 CG로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거잖아요.
◆ 임순례> 그렇죠. CG나 모형이나 할 수 있는데. 어쨌든 드라마는 특히 이제 제작비와 일정이 제일 문제일 것 같은데 CG로 하려면 돈도 돈이지만 사실은 시간이 많이 소요가 되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 임순례> 그러니까 이제 어쨌든 방영하고 촬영의 텀이 드라마랑 훨씬 가까우니까. 아주 손쉬운 방법을 택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지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방송 촬영 시 동물보호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고 10만 명이 넘게 동의를 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제가 보니까 2020년에 이미 임 감독께서 한 130페이지 분량으로 동물촬영 미디어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배포를 하셨더라고요. 이미. 없는 게 아니에요.
◆ 임순례> 네.
◇ 김현정> 그 핵심은 뭐였습니까?
◆ 임순례> 핵심은 일단 영상에서 동물을 다룰 때, 어떤 태도를 가지고 다뤄야 되느냐 하는 문제하고. 그다음에 영화 촬영할 때 프리 프로덕션하고 프로덕션 단계에서 축종별로 동물의 종류별로 어떤 것을 준비해야 되는지. 그리고 실제로 촬영 현장에서 이런 동물 학대를 목격했을 때 어떻게 고발하고 어떻게 대응하는지 그런 식으로 구성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네, 이대로만 지켜졌었어도 그러면 이런 사고도 막았을 수 있었을 텐데 이거 안 지켜진 겁니까?
◆ 임순례> 그렇죠. 이게 뭐 강제력이 없으니까. 사실은 한꺼번에 이런 걸 배포했다라고 해서 그분들이 그거를 순식간에 준수하는 건 사실 어렵고요. 굉장히 안타까운 경우이긴 한데, 이번 사건이 화제가 되면서 많은 분들이 경각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임 감독님. 만약 임순례 감독께서 저 사극드라마의 감독이었다면 저 장면 어떻게 찍으셨을 것 같아요.
◆ 임순례> 저는 사전에 이러이러한 장면이, 콘티를 정확하게 동물이 출연하는 장면은 정확한 콘티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동물을 다루는 분이랑 제작진 촬영팀이랑 다치지 않게 안전하게 찍을 수 있는 시뮬레이션을 충분히 시즌에 협의를 해야 되고. 그것으로 해결이 안 된다고 하면 앵글이나 CG로 당연히 촬영을 해야죠.
◇ 김현정> 당연히 CG로 촬영을 하고. 시간 때문에 CG 작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하면 차라리 그러면 저 장면으로 다른 걸로 대체하는 쪽으로 갔었어야 되는 거 아닌가.
◆ 임순례> 그렇죠. 굳이 카메라 앵글만 잘 조절한다고 하더라도 굳이 저렇게까지 한 생명의 희생을 담보 받을 필요는 없는 거였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이제 농식품부에서 촬영시 동물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선언을 한 상태인데요. 가장 필요한 거, 가장 중요한 거 짚어주시죠.
◆ 임순례> 일단은 대안이 있는데 아까 대안이라는 건 CG라든지 모형이라든지 요즘에 보면 제가 이제 돌고래 영화를 준비 중인데 요즘에는 로봇 돌고래라는 게 있어요. 거의 움직임이나 이런 것들이 실제 동물이랑 흡사한. 그런 대안이 있을 경우에는 동물에게 위험한 그런 촬영을 하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법제화되고 강력한 어떤 제제가 있어야 되고. 어쨌든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제작진들의 마인드인 것 같습니다. 동물이 소품이나 소모품이 아니고 생명이 있는 존재라는 그런 어떤 인식이 굉장히 중요하고요. 이번 기회에 이제 많은 배우들도 이런 연출자와 일하지 않겠다, 이런 선언도 하고 이래서 전체적으로 뭔가 이런 동물보호나 동물권 촬영장에 있어서의 생명권들의 의식 향상이 굉장히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배우들이 이런 식의 촬영장은 안 가겠다. 이런 감독과는 일하지 않겠다는 선언까지 하는 게 강력합니까?
◆ 임순례> 굉장히 중요하죠. 그리고 어쨌든 이번에 많은 시민들이 시청 거부라든지 청원을 한다든지 SNS에 동참을 한다든지. 사실은 이런 것들이 실제적인 사고 처벌이 한국에서는 굉장히 현실적으로 미약하기 때문에 이런 운동들이 저는 굉장히 중요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 이번 사고, 불행한 사고였지만 어쨌든 이번 사고를 통해서 수면위에 드러났다는 ,거 이거 하나는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반드시 대안 마련해야겠습니다. 임 감독님, 고맙습니다.
◆ 임순례>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임순례 감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