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에 중량이 많이 나가는 구조물인 수십t의 '역보'는 사고 발생 지점에만 설치돼 붕괴 원인이 된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지대는 철거·구조물인 '역보'는 설치… 붕괴 원인 지목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아 신축공사가 진행 중이던 화정 아이파크에서는 지난 11일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하던 중 23~38층 외벽과 구조물이 붕괴돼 현장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됐다. 조사결과 사고 당시 현장에서는 콘크리트 타설작업이 진행된 만큼 39층 아래층에 있었어야 할 지지대가 모두 철거된 것으로 드러났다.
아래 3개층 지지대 있어야 했지만 후반 작업 위해 철거
30층 이상이거나 120m 이상 높이의 건물에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에는 작업이 진행되는 아래 3개 층에는 지지대가 설치돼 있어야 한다. 이는 국가건설기준센터 표준 시방서 '거푸집 및 동바리 일반사항'에 규정돼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시공 지침에도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럼에도 현대산업개발은 38층 지지대를 지난 8일 해체했다.아래층인 37층과 36층 지지대는 앞선 지난해 12월 29일 철거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지대를 규정보다 빨리 철거한 것에 대해 내부 설비 등 후반 작업을 용이하게 진행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붕괴된 곳만 수십t 구조물인 역보 설치
콘크리트 하중을 지지하는 역T 자 모양의 지지대인 '역보 설치'도 이번 붕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역보'란 콘크리트 타설 작업 전 천장면을 지지하기 위해 세워놓는 구조물이다. 직사각형 모양의 수평보로 현장별로 상이하지만 이번 현장에서는 30~40㎝ 역보가 사용됐다.
붕괴가 진행된 39층 아래 설비공간인 PIT 층의 높이는 0.55~1.5m로 다양하게 나뉜다. 이 때문에 현대산업개발은 일반적인 지지대 보다 설치가 용이한 '역보' 7개를 설치해 그 위에 데크를 올려 콘크리트를 타설했다.
자체 중량이 수십톤에 이르는 이 '역보'는 붕괴가 발생한 201동 39층 공사 당시 일부 구간에만 설치됐다. 공교롭게도 이 구간만 붕괴된 점들 때문에 경찰은 '역보' 설치가 하중을 키워 결국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경찰, 현산 현장소장·하청 업체 대표 등 11명 입건
경찰은 정부 주도의 구조활동이 시작된 만큼 이번주부터는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무엇보다 원청인 현대산업개발의 책임을 규명하는데 수사의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현대산업개발 측이 지지대 철거와 역보 설치 등을 직접 지시했다는 증언을 복수의 관계자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영일 광주경찰청 형사과장은 "명확한 붕괴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과학적 조사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까지 수사 결과 콘크리트를 타설할 경우에는 반드시 지지대를 설치하게 돼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데 반해 자체 중량이 나가는 '역보'는 사고 지점에 설치돼 이 2가지가 붕괴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번주부터는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을 소환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