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5일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며 민주당의 정치교체를 요구했다.
180석에 가까운 거대 여당이지만 민심을 제대로 살피지 못해 올 3월 대선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거세진 것에 대한 집권 여당 대표로서의 자기 반성인 셈이다.
송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민주당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저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고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586세대가 기득권이 되었다는 당 내외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저 자신부터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이재명 정부 탄생의 마중물이 되겠다"고 말했다.
5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대표 주자인 송 대표가 가장 먼저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인적 쇄신 요구에 응한 셈이다.
송 대표는 전날부터 이날 아침까지 기자회견문을 직접 작성하고 수정하는 등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송 대표는 또 대선과 함께 치르는 서울 종로·경기안성·청주상당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고, 6월 지방선거에 2030 청년들을 대거 공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송 대표가 총선 불출마를 최종 결심한 건 이틀 전인 지난 23일 부산 민심 행보가 결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진왜란 때 부산포해전이 벌어졌던 다대포를 이날 오전 일찍 방문한 송 대표는 당시 이순신 장군과 함께 싸우다 전사한 녹도만호 정운 장군의 순의비를 찾았다.
송 대표는 참배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대포 몰운대(沒雲臺)에 정운 장군을 기리는 정운공순의비가 있다. 이곳의 지명을 듣자 정운 장군은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몰운대라, 내가 죽을 곳이 여기겠구나…'"라며 "우리를 한없이 작아지게 하는 말씀"이라고 적었다.
또 "참배 후 전망대에 올라 한동안 바다를 바라봤다. 400여 년 전, 나라의 위기 앞에 바람처럼 가볍게 목숨을 내던진 선조들 앞에 '나는 정치인으로서,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로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상념에 오래 젖었다"고 썼다.
당 대표실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송 대표가 정운 장군 비문을 보고 엄숙해졌다. 그 때 평소 소신에 대한 마지막 결심을 한 거 아닌가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또 "부산 민심투어 현장에서 '당 대표로서 내가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하는 부분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다. 자신이 (586 용퇴의) 밀알이 되려고 하는 심정"이라며 "민주당 정치교체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송 대표의 이날 결단이 당 내 586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과 기득권 내려놓기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당 내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할 수 없다" 등의 반응이 아직까지는 대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본인의 소신을 동료 의원한테 강요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며 "각자가 알아서 판단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