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청장은 24일 질병청 정례브리핑에서 "진단검사체계 전환과 관련해 보건소 선별진료소에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하는 부분, 또 호흡기 클리닉에서 진료·검사를 추가하는 부분에서의 (전국적인) 전환은 1월 말~2월 초 정도"라며 "준비되는 대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모레부터 광주·전남·평택·안성 시행…"동네병원 역할 순차 확대"
정부는 우선 당초 발표대로 오는 26일부터 오미크론이 일찌감치 우세종화된 광주·전남·평택·안성 등 4개 지역에서 대응 단계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대응 단계가 시범 적용되는 이 지역들에서는 △60세 이상 △보건소에서 밀접접촉자로 통보받은 사람 △의심증상 등으로 코로나19 검사가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서를 받은 환자 △요양병원 등 감염취약시설의 선제검사대상 △신속항원검사(자가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사람 등 고위험군만 선별진료소(보건소·임시선별검사소)에서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즉시 받을 수 있다.
그 외 증상은 없지만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자 하는 이들은 선별진료소에서 무료로 키트를 제공받아 자가검사를 먼저 해야 한다. 발열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 유증상자는 호흡기 전담 클리닉을 찾아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면 된다. 여기서 '양성'이 나와야만 PCR 검사를 2차로 받을 수 있다.
다만, 당국은 이같은 인프라가 온전히 갖춰지는 데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청장은 "동네 의료기관이나 호흡기 클리닉의 진단검사 기능 추가부분에 대해서는 의료기관의 준비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확대해나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같은 전환은 오미크론 대응만이 아니라 올해 일상적인 의료체계에서도 코로나 진료를 할 수 있게끔 의료대응체제를 전환하기 위한 시작점이라고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대응단계 발령기준이 '일일 확진자 7천 명'에서 '주간 일평균 7천 명'으로 바뀌는 등 당국자들의 엇갈린 발언이 혼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분야별 시차가 있을 뿐, 당초 계획대로 방역체계 개편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청장은 "저희가 (일일) 확진자 7천 명 또 (오미크론) 점유율 등을 (대응단계) 검토 기준으로 안내를 드린 상황"이라며 "저희 나름대로 어떤 경고를 띄우는 기준으로 설정을 했다고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각 분야별 대응전략들이 다 마련돼 일부는 먼저 이행이 되고 있고, 일부는 시간 차를 두고 이행이 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오미크론, 국내 유입 8주 만에 '우세종'…누적 감염자 9860명
권역별로 보면, 이란 유학생발(發) 사례 등 여러 집단감염이 발생한 호남권이 82.3%로 가장 높은 검출률을 기록했다. 이어 경북권(69.6%)과 강원권(59.1%) 순으로 나타났다. 수도권(41.2%)과 충청권(41.6%)은 아직 40%대 수준이다.
지난 22일 기준으로 국내 오미크론 누적 확진자는 9860명으로 집계됐다. 전파경로별로 국내 발생이 5286명(53.6%), 해외유입이 4574명(46.4%)이다.
20대(2358명·23.9%)와 30대(1900명·19.3%) 등 젊은층이 감염자의 상당수를 차지한 반면 중증 진행 위험이 높은 60세 이상 고령층은 8.62%(850명)에 그쳤다.
지금까지 위중증으로 악화된 환자는 △80대 3명 △70대 5명 △60대 1명 △40대 1명 △10세 미만 1명 등 총 11명이다. 다만, 변이 감염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으나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의심환자(3명)까지 추가하면 14명으로 늘어난다.
사망에 이른 감염자는 △90대 2명 △80대 1명 △70대 2명 △60대 1명 등 6명으로 집계됐다. 선행 확진자의 접촉자 등 역학적 연관사례(4명)를 추가하면 총 10명이다. 이들은 모두 고위험군에 속하는 60세 이상 고령층으로 파악됐다.
백신 접종력으로 구분해 보면, 절반 가까운 감염자(48.4%·4744명)는 2차접종을 마친 접종완료자로 조사됐다. 백신의 방어능력을 약화시키는 오미크론의 특성 상 다수가 돌파감염자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백신을 한 차례도 맞지 않은 미접종자도 36.8%(3624명)에 달했다. 1차 접종만 받은 불완전 접종자는 2.1%(208명), 부스터샷(추가접종)까지 맞은 3차 접종자는 12.7%(1254명)로 집계됐다.
국내 오미크론 치명률 0.16%…델타 변이 '5분의 1' 수준
당국이 국내 감염자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오미크론의 치명률은 0.16%로 델타 변이(0.8%)의 5분의 1 정도인 것으로 확인됐다.방대본은 결과값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위중증·사망 여부에 영향을 주는 연령 구성비를 동일하게 두고 두 집단의 비율을 계산했다고 밝혔다.
이는 WHO(세계보건기구)에 변이 발생을 처음 보고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연구 결과와도 비슷하다. 최근 의학전문지 '란셋'에 게재된 남아공 연구 결과에 따르면, 델타 대비 오미크론의 중중화율은 10분의 3 정도로 분석됐다. 지난해 4~11월 발생한 델타 변이 감염자와 같은 해 10~11월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의 중증도를 비교한 결과다.
정 청장은 이에 대해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확산돼 고위험군 확진자가 증가할 경우, 위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위중증·사망자의 발생규모가 증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미크론 변이가 중증화율은 낮지만, 높은 전파력으로 단기간 내 대규모 발생 시에는 방역·의료대응에 심각한 부담이 될 수 있다. 개인 중증도는 낮지만 사회적 피해규모는 증가할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요양병원·시설 등 고위험군 우선보호에 집중하는 한편 의료·돌봄·교육 등 '사회 필수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3차 접종률을 높이고 분야별 업무지속계획(Business Continuity Plan·BCP)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일상회복 지원위원회의 방역·의료 분과위원회는 지난 16~22일 주간 평가를 통해 전국과 수도권·비수도권의 위험도를 모두 '높음'으로 상향했다. 전 지역 '중간'이었던 직전 주보다 한 단계씩 올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발생 지표의 상승이다. 주간 일평균 확진자는 1주 만에 1631명이 늘어 5160명을 기록했고,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도 6.8명에서 10명으로 증가했다.
주간 신규 위중증 환자는 225명으로 4주째 감소세를 이어갔지만, 주간 입원환자는 4070명으로 1천 명 이상(1048명) 늘었다.
방역·의료 분과위는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유행 확산이 시작돼 적극적인 대응과 방역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되는 상황"임을 강조했다. 또 3차접종을 거의 마친 60세 이상 확진자 비율은 전체 대비 10% 아래(9.5%)로 떨어진 데 비해 접종률이 낮은 10대 감염률이 증가세인 점을 들어 접종 독려방안을 점검할 것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