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잇딴 도발로 대선판 흔들기?…대선 후보들 일제히 '우려'

북한이 지난 17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는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인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중앙티비 화면 캡처
북한이 새 해 들어 탄도미사일을 몰아치기 식으로 발사한데 이어 대선을 앞두고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모라토리엄) 조치의 철회 방침까지 내비치자 대선 후보들도 일제히 입장을 표명했다.
 
북한의 이런 동향이 대선 판도에 미칠 영향을 의식하며 대선 후보들 각각의 입장에서 북한 발 안보 불안 우려를 적극 차단하는 모습이다.

이재명 "北에 강력한 유감표명, 정부에 단호한 대처" 주문 

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대선후보는 북한이 당 정치국회의를 통해 핵·ICBM 모라토리엄 철회 검토 입장을 밝힌 20일 바로 페이스 북에 글을 올려 "북한이 핵·미사일과 관련한 심각하게 우려할만한 입장을 밝혔다"며, "강력한 유감을 표명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윤창원 기자
이재명 후보는 "북한이 최근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 이어 이와 같이 강경 입장을 표명한 것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켜 모두에게 불행만을 안겨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북한이 상황을 오판하고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분명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고, "긴장 완화와 비핵화를 위한 지속적인 대화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주문했다.
 

이 후보의 발언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감' 또는 '우려'를 표명한 정부 입장과 달리 '도발'로 규정하고, 정부에 '분명하고 단호한 대처'를 당부한 것이 눈길을 끈다.
 
지속적인 대화 노력과 함께 단호한 대응의 주문, 즉 대화와 압박 두 정책의 배합을 강조함으로써 대북정책에서 현 정부와 차별화를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北 '사퇴' 거론에 단문 메시지로 맞받아쳐 "사퇴할 생각 없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22일 페이스북에 "사퇴할 생각 없다 대한민국 국민 최우선"이라는 단문의 글을 올렸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윤창원 기자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가 이날 남한의 언론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윤 후보의 '선제타격' 발언을 비난하며 '사퇴'를 거론하자, "사퇴할 생각 없다 대한민국 국민 최우선"이라고 맞받아친 것이다.
 
윤 후보는 북한이 열차에서 탄도미사일을 쏜 14일에도 페이스북에 "주적은 북한"이라는 한 줄 메시지를 올리며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윤 후보는 이어 23일에도 '통일의 메아리'의 해당 기사를 언급하며 "북한의 논리는 저를 전쟁세력으로 몰아붙이는 집권 여당의 주장과 동일하다"며, "북한과 민주당은 '원 팀'이 되어 저를 '전쟁광'으로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제타격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북한만이 아니라 여당인 민주당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윤 후보는 거듭 "선제타격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이 임박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우리의 자위권적 조치"라고 밝히면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김정은 공개서신 "자기를 잊지 말라는 신호주고 싶을 것"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께 드리는 공개 서신'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안철수 후보는 공개 서신에서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핵실험과 ICBM 발사 재개를 통한 강경 조치로 내부를 단속하고, 미국의 관심과 주목도를 높이는 새 판을 깔고 싶을 것"이고, "대한민국의 대선 주자들에게도 자기를 잊지 말라는 신호를 주고 싶을 것"이라며, "그러나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그것은 결코 좋은 전략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그러면서 "더 이상의 무력시위나 도발이 아니라 핵실험과 ICBM 모라토리엄을 준수하고, 진정한 비핵화 의지와 북한이 취할 수 있는 계획들을 명확히 밝혀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상정, "군사적 위협으로 판 흔드는 무모함이 개탄스러워"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도 북한의 핵실험·ICBM 재개 시사에 "가뜩이나 국제 제재와 팬데믹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군사적 위협으로 판을 흔들어보겠다는 무모함이 개탄스럽다"고 북한을 강하게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심상정 후보는 20일 입장문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만나서 따질 건 따지고 협상할 건 협상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안 하면서 위협을 정당화하면 과연 북한의 체제 안보가 증진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 어려운 시기에 핵과 미사일이 인민에게 밥 먹여 줄 수 있는지 (북한) 노동당 정치국은 제대로 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北, 대선후보들 '푹 썩은 술' '덜 익은 술' '막 섞은 술'에 비유 싸잡아 비난

북한은 이번 대선 기간에도 대외선전매체가 남측 언론보도 내용을 전하는 형식으로 대선 후보들을 싸잡아 비난하며 사실상 선거에 개입하는 행태를 보였다.
 
특히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지난 11월 22일 '술꾼의 투시'라는 독자 투고 형식의 글을 통해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푹 썩은 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덜 익은 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막 섞은 술'이라며, 남한의 대선 후보들을 일제히 폄훼하고 조롱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北 과거 정권 교체기 고강도 무력도발, 이번에는?

북한이 핵실험과 ICBM 모라토리엄 철회 검토를 거친 뒤 대선 전에 이를 실행에 옮긴다면 대선 판세에도 북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과거에도 남한의 정부가 교체되는 시점을 전후해 고강도 무력도발로 긴장을 조성한 바 있다.
 
북한은 지난 2012년 12월 12일 남한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며 장거리 미사일 '은하3호'를 평북 철산군 동창리 기지에서 발사했고,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취임 직전인 2013년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북한은 이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초기인 2017년 9월 3일 6차 핵실험을 한 뒤 그 해 11월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기도 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을 시험 발사하자 "대선을 앞둔 시기에 북한이 연속해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한 것에 대해 우려가 된다"는 입장을 밝혀, 대선을 앞둔 북한의 연쇄적인 군사동향에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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