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수색 등 사후 대처가 차일피일 늦어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부가 사고 수습 과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라"고 요구한 지 하루 만에 중수본 설치를 서두른 것이다.
정부는 고용노동부 안경덕 장관을 본부장으로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운영한다고 23일 밝혔다.
중수본에는 노동부 뿐 아니라 행안부, 국토부, 소방청 등 관계기관이 모여 실종된 노동자 수색, 현장 수습, 피해 지원 등을 총괄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동안 정부는 이번 사고가 발생한 지 8일 만인 지난 11일에야 설치했던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를 사흘 뒤 차관급으로 격상해 운영했다.
하지만 노동자 사망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노동부 산하 기구에 불과하다보니 관계부처의 대응을 한 곳으로 모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중동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인 지난 22일 "정부 지원을 한층 강화하고 지자체와 협의해 사고 수습 과정 전반에서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촉구하자 부랴부랴 중수본을 설치한 것이다.
현재 사고 수습 과정의 가장 시급한 목표는 실종 노동자 수색 작업이지만, 타워크레인 해체 등 사전 작업이 자꾸 늦어지면서 정작 노동자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층부는 아직 본격적인 수색을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다.
애초 정부와 현대산업개발은 건물에 남아있는 기존의 타워크레인을 해체할 새 크레인을 지난 16일까지 설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안전 문제로 작업이 중지돼 크레인 해체 작업 예상 시점이 21일로 미뤄졌다.
이어 지난 19일에는 광주시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 산하 전문가 자문단이 "크레인을 해체해도 건물 보강 작업까지 마쳐야 수색 작업을 할 수 있다"고 다시 제동을 걸어 빨라도 다음 주 초에야 수색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처럼 수색·구조 계획이 번복될 때마다 관계 부처가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혼선을 빚는 모습을 보이며 실종자 가족과 시민들의 불안을 낳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실종자 가족 대표 안모 씨는 지난 19일 "현대산업개발과 광주시청, 광주 서구청이 시간을 끌면서 구조를 지연하고 실종자 가족들을 방패 삼아 책임을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들을) 구조 작업에서 배제하고 정부가 나서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20일에는 가족들이 직접 사고 현장 내부를 둘러본 후 "현재 역량만으로는 단기간에 실종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수많은 피해가 양산되지 않도록 중앙 정부가 신속히 다뤄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중수본은 다음날인 오는 24일 오후 3시 광주시와 첫 회의를 열어 탐색 및 구조 활동, 타워크레인 제거, 붕괴건물 안정화, 노동자 가족 지원 등 관련 상황과 지원계획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