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코트 밖에서 또 한 차례 씁쓸한 소식이 전해졌다.
KBL은 21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22일 오전 10시 서울 논현동 KBL 센터에서 재정위원회를 개최해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서울 삼성 농구단의 천기범에 대해 심의한다"고 밝혔다.
삼성의 가드 천기범은 지난 19일 인천시 중구 운서동의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한 혐의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인천 중부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아파트단지 앞 계단에 걸쳐있는 차량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고 차량 안에는 천기범과 그의 일행인 여성 A씨가 앉아 있었다.
천기범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0.03% 이상이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아닌 A씨가 운전했다고 경찰에 허위 진술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CCTV를 통해 천기범이 직접 운전대를 잡은 사실을 확인했다.
음주운전 적발이 두려워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한 것으로 짐작된다.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음주운전에 대한 징계는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프로농구 음주운전의 가장 최근 사례는 천기범의 소속팀 삼성 농구단에서 나왔다.
삼성의 가드 김진영은 음주운전 적발로 인해 지난해 5월 KBL 재정위원회로부터 정규리그 27경기 출장정지, 제재금 700만원, 사회봉사 120시간 처분을 받았다.
곧이어 삼성은 KBL보다 더 강한 철퇴를 내렸다. 김진영에게 54경기 자체 출장정지, 제재금 1000만원, 사회봉사 240시간의 징계를 추가로 부과했다.
프로농구 정규리그가 팀당 54경기씩 치러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진영은 한 시즌 반 동안 코트를 밟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연맹보다 수위가 강했던 구단의 중징계는 선수단 내 음주운전을 근절하고 경각심을 높이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런데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같은 팀에서 또 한번 음주운전이 나왔다.
프로 구단이 20대 중반의 성인 선수의 사생활을 일일이 관리할 수는 없다. 개인의 일탈이라고 봐야 하겠지만 불과 8개월 전 선수 인생에 제동이 걸린 팀 동료의 사례를 보고도 경각심을 느끼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보다 강력해져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상당하다. 최근 국내 프로스포츠도 음주운전에 대해 점점 더 엄격한 잣대를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KBO 리그에서는 음주운전 적발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선수가 구단으로부터 즉각 방출되는 사례도 나왔다.
천기범은 2016년 KBL에 데뷔한 5년차 포인트가드다. 지난해 12월 군 복무를 마치고 소속팀에 합류했다. 1월초 발목 부상으로 한동안 전력에서 이탈했다가 지난 12일 경기를 통해 다시 코트를 밟았다. 자신의 농구 경력을 다시 펼쳐나갈 새로운 출발선에 있었다.
하지만 그는 복귀하자마자 악재를 자초했다. 선수 생활을 스스로 위기에 빠뜨렸다. 한순간의 판단 착오로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