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이어 카카오페이 주식 먹튀논란까지. 카카오가 연이은 악재를 극복하기 위해 '남궁훈 단독대표 체제'로 리더십을 재정비한다. 새로운 체제에서의 카카오의 모습은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카카오, 7년 만에 남궁훈 단독대표 체제로
지난 20일 카카오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카카오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을 단독대표 내정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현재 카카오는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 체제다. 조 대표가 내년 3월 임기를 마지막으로 대표직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카카오는 차기 공동대표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내정한 바 있다.
그러나 류 대표가 지난달 10일 카카오페이 경영진 7명과 함께 스톡옵션을 행사해 약 878억 원의 차익을 얻은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류 대표는 이 사건으로 차기 공동대표직을 사임했고 카카오페이 대표직에서도 내려오기로 했다. 카카오는 "여민수 대표 역시 최근 사회의 강도 높은 지적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 대표 임기 연장을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가 단독대표 체제로 운영되는 건 7년 만이다. 여기엔 '변화'가 필요하다는 김범수 의장의 결단이 있었다는 평가다. 김 의장은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카카오를 위한 미래지향적 혁신을 실현해 나갈 적임자가 엔케이(남궁훈 대표 내정자)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며 "카카오게임즈를 성공적으로 성장시키는 경험을 축적해왔을 뿐 아니라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으로서 공동체 차원의 미래를 함께 준비해 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남궁 대표 내정자는 오는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될 예정이다.
"카카오 사회적 신뢰 잃었다"…회복 선결 과제로
앞으로 카카오의 선결 과제는 사회적 신뢰 회복이 될 전망이다. 김 의장 역시 "최근 카카오는 오랫동안 쌓아오던 사회의 신뢰를 많이 잃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5년간 3천억 원 규모의 상생기금, 임직원 주식 매도 금지 규정 등 카카오는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마련한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기도 전에 또 다른 이슈가 연이어 터지는 형국이 됐다.
남궁 대표 내정자 역시 이를 잘 인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카카오는 10살이 조금 넘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성장하여 외형에 비해 튼튼한 내실을 갖추지 못한 것 같다"며 "ESG 경영 시대에 사회적 책임에 대한 더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카카오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 업계에선 지난해 플랫폼 국감 사태를 겪었던 여 대표의 연임을 전망하기도 했다. 카카오가 지난해 여 대표의 연임을 결정하며 "올해 카카오 공동체가 약속한 사회적 문제 해결을 책임질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그렇다.
업계 관계자는 "역으로 생각해보면 지난해 11월 차기 리더십을 발표했을 때 보다 카카오의 신뢰 회복 문제가 더 중요해졌다"며 "남궁 내정자는 여러 기업체를 운영해온 만큼 경험이 풍부하다. 기업 체질 개선이나 신뢰회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리더라고 보고 당시 고려하지 않았던 카드를 내놓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남궁 대표 내정자는 NHN USA 대표를 비롯해 CJ인터넷 대표, 위메이드 대표, 엔진 대표 등을 지냈다.
공동체 얼라인먼트센터(Corporate Alignment Center, CAC)의 역할에도 눈길이 쏠린다. 카카오는 이번 리더십 개편을 발표하며 CAC 센터장도 여 대표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김성수 각자대표로 교체했다.
카카오의 논란은 그룹 자체보다 계열사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 CAC는 카카오 공동체의 전략방향을 조율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카카오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경영진과 임직원들의 윤리 의식 강화와 리스크 방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적용할 계획이다.
신사업 발굴 박차…남궁 내정자 '메타버스' 키워드로
실제로 남궁 대표 내정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메타버스'를 새 영역으로 제시했다. 플랫폼들은 최근 '혁신을 통한 편익 창출'보다는 '독과점을 악용한 수익 창출'에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메타버스 등 신사업에 진출할 경우 기존 사업자와의 갈등도 줄일 수 있다.
그는 "전통적인 사업 영역을 디지털로 혁신하려 했던 카카오의 도전은 국민들의 시선에서는 혁신이라기 보다 누군가의 땅을 침탈하는 것으로 보는 시선과 질타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다"며 "사회가 요구하는 글로벌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기존 세상의 기술 혁신보다는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기업을 개편해 새 땅을 개척하는 것이 국민의 요구와 카카오의 창업 정신을 모두 지키는 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메타버스가 NFT나 블록체인, 콘텐츠 등과 결합하는 특성이 있는 만큼 카카오 공동체 내 다양한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남궁 대표 내정자는 카카오게임즈 각자 대표 시절 사업구조를 채널링에서 퍼블리싱 구조로 바꾸며 대박을 친 만큼 경영 능력 또한 인정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채널링은 카카오톡 '게임' 부문에 입점시켜 카카오톡 이용자들에게 소개하고, 카카오톡과 연동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업계 관계자는 "남궁 내정자는 사업을 할 때 추진력이 강하고, 공격적이라는 평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