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검찰 등에 따르면 유 부장검사는 최근 법무부에 사표를 제출했다. 오는 2월 예정된 검찰 정기인사를 앞두고 경질이 확실시되자 스스로 먼저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유 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전담수사팀에서 주임검사로서 초반 수사를 총괄했다. 그러다 지난해 불거진 이른바 '쪼개기 회식' 논란으로 수사팀에서 배제됐다.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유 부장검사는 사직서를 낼 즈음 대장동 사건 핵심 피고인의 변호를 맡은 A법무법인과 채용 절차를 진행했다고 한다. 해당 법무법인 경영담당부서와 소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얼마 전 후배들과 식사 자리에서도 유 부장검사는 '조만간 검찰을 나와 A법무법인으로 이직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알려졌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실책들 탓에 유 부장검사의 채용은 없던 일이 됐다고 한다. 취업이 무산됐더라도 A법무법인에 이직 의사를 타진한 게 사실이라면 그 자체로 이해 충돌이자 심각한 직업 윤리 위배다. 대장동 의혹 수사 검사가 불과 몇개월 만에 피고인 측 진영에 들어가는 꼴이어서다. 소문을 들은 다른 검사들이 유 부장검사를 찾아가 자초지종까지 따져물었다고 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유 부장검사가 조직에서 입지를 잃었다는 점은 인간적으로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수사하던 상대방의 로펌에 취업한다는 생각은 비정상적이어도 한참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서울서부지검에서 중식당 딘타이펑의 식품위생법 위반 사건을 담당한 검사가 수사 도중 회사 측 로펌에 옮겨간 사실이 드러나 비판을 사기도 했다.
다른 검찰 간부는 "지금도 후배 검사들이 수사하랴, 공소유지하랴 고생하고 있는데 혼자 등지고 떠나는 건 도리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도 "대장동 사건을 수사하겠다고 직접 손까지 든 선수가 이렇게 도망쳐 나오면 후배들이 뭐라고 하겠냐"고 혀를 찼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측근으로 꼽히며 잦은 실책에도 자리를 보전하던 유 부장검사가 결국 사표까지 내게 된 데에는 '쪼개기 회식'이 결정적이었다. 유 부장검사는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가 구속된 직후 수사팀원들과 방역 지침을 어긴 채 회식을 가졌다. 당시 식당에는 16명이 참석해 8명씩 2개 방에서 식사했다. 예약자명은 605호였는데, 605호는 유 부장검사의 서울중앙지검 방 번호다.
회식 직후 유 부장검사를 포함한 수사팀원들이 연쇄적으로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수사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구속 기한이 임박해 숨 가쁜 상황에서 조사가 나흘이나 연기됐다. 기강해이 비난이 확산되자 서울중앙지검은 "불찰을 일으켜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유 부장검사는 수사에서 배제됐고, 주임검사도 바뀌었다. 사실상 경질이었다.
유 부장검사는 전날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검사가 천직인 줄 알고 살아왔는데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때가 된 거 같다"고 사의를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사려 깊지 못한 처신으로 큰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고 덧붙였다. 피고인 측 법무법인 이직설에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동료 선후배님들에게 누가 되는 행동은 생각해본 적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고 강조했다.
유 부장검사의 사표로 조만간 단행될 검찰 인사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유 부장검사의 직속 상관이자 대장동 사건 전담수사팀장인 서울중앙지검 김태훈 4차장검사의 자리 이동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김 차장검사 역시 대장동 수사를 둘러싼 잇딴 잡음에 공동 책임이 있는 만큼, 유 부장검사가 사표를 낸 마당에 영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