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은 물론 인근 화성 일부 지역에서도 군공항 이전 여론이 확산되면서 올해 지방선거를 계기로 두 지역 시장 당선인들의 공약을 통해 이전 사업이 진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전투기 사고 '재발 우려'…거세진 '군공항 이전' 여론
21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수원 군공항에서 이륙하던 전투기(KF-5E)가 8㎞ 정도 떨어진 화성 정남면 관항리 야산에 추락하면서 조종사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전투기는 이륙 직후 양쪽 엔진의 화재 경고등이 켜지고 기수가 급강하하는 등 조종계통 이상으로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故) 심정민 소령이 끝까지 조종간을 잡고 민가를 피해 추가 사상자는 없었지만, 하마터면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추락 지점은 민가에서 100미터 남짓에 불과했다.
인접한 수원(6개동)과 화성(5개동) 세대수는 15만 4천여 가구, 인구는 35만 8천여 명에 달한다. 상당수 고층 아파트로 전투기 사고가 나면 대형 인명·재산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더욱이 2000년 이후 국내에서 12대가 추락한 30년 이상 된 노후기종은 수원 10전투비행단에 전국에서 가장 많은 40여 대가 있다. 이번 사고 전투기도 1970~80년대 도입된 노후기종이다.
이런 데다 실제 전투기 추락 사고가 발생하자 주민 안전을 우려해 군공항을 다른 지역에 조속히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거듭 힘을 받고 있는 상황.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사고 재발 우려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게시판과 댓글에는 "화성시민들도 피해 입는데 수원만의 문제인가", "화성 관할에 있는 탄약고도 옮겨야", "도심 주민들이 사고의 표적이 돼선 안 된다"는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김진표(더불어민주당·수원시무) 의원은 "도심에 있는 군공항이 얼마나 위험한지 실감하게 된 만큼 하루빨리 안전한 곳에 옮기도록 국방부와 지역 정치인들이 나서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군공항 이전 '공감대' 형성, 선거 이후 향방 관심 고조
이 같은 맥락에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원과 화성 두 지역 시장 후보군은 조속한 군공항 이전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저마다의 전략을 내놓고 있다.
군공항 이전에 반발해온 기존 예비후보지(화옹지구)인 화성 지역 출마자들은 신도시 건설과 함께 안전 우려가 고조된 현실을 감안, 군공항을 조속히 옮겨야 한다는 데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일방적인 화성으로의 이전에 대해서는 여전히 선을 그었다.
먼저 재선 도전이 유력한 서철모 화성시장은 "도시 팽창과 인구 증가를 고려해 지금의 군기지를 옮기되 화성이 아닌 희망지로 보내야 한다"며 "군공항 인근에 신도시를 지정한 정부가 (이전지 선정 등을) 원점에서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시장은 앞서도 국토교통부의 진안신도시 발표 이후 군공항 유치 희망지를 공모하는 후속 대책을 청와대에 정식 건의하는 등 이전사업에 적극적인 의사를 내비쳐 왔다.
다른 화성시장 예비 주자들은 안전과 소음 문제 등을 고려해 군공항 이전 필요성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방법론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명근 화성미래발전포럼 대표(권칠승 국회의원 전 보좌관)는 "군공항을 옮겨야 한다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하고 수원 쪽으로부터 연대 제안도 받았지만 아직은 지역갈등 요소가 크다"며 "추후 적당한 시점이 되면 판단이 서지 않을까 싶다"고 여지를 남겼다.
김홍성 화성시의회 의원(8대 전반기 의장)은 "일부 화성내에서도 전투기 피해로 군공항 이전 요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전에 대한 공론화 절차가 제대로 없었던 만큼 강압적으로 설정된 기존 후보지부터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김상회 수원특례시발전연구소장(전 청와대 행정관)은 "이전 부지에 대한 기반시설 확충 등 지원 계획을 보다 적극 홍보하고 중앙정부와도 협력체계를 구축해 이전 사업에 속도를 올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희겸 수원미래발전연구소장(전 경기도 행정1부지사)은 "바다로 이착륙하는 화옹지구가 피해 최소화와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걸 강조해야 된다"며 "민·군통합 국제공항 형태로 추진해 화성 지역에 확실한 명분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재준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이사장(전 수원시 2부시장)의 경우 "군공항을 이전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 거버넌스 방식의 양 지역 합의체를 구축해야 된다"며 "이전 지역과 연대하면 이전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역 최대 현안, 선거 통해 이전 사업 탄력 전망"
전문가들은 전투기 추락 사고와 강한 도시 개발 압력으로 군공항 이전이 두 지역의 최대 현안이 되면서 지방선거가 이전 사업이 탄력을 받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금창호 선임연구위원은 "주민 안전 의식이 높아진 데다 경기남부의 활발한 택지개발이 중첩돼 군공항 이전에 대한 시장 후보들의 공약에 기대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금 위원은 "받아들여야 하는 지역에서는 선거 득표의 유불리를 계산해야 돼 공약 설정에 굉장히 조심스러울 것"이라며 "그럼에도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은 사안이어서 선거가 이전 사업 속도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화성시의 강한 반발로 진전되지 않자, 이전 지역에 대한 대규모 경제지원과 개발 계획을 포함한 '경기남부 민·군통합 국제공항' 건설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화성 지역에서는 군공항을 화옹지구가 아닌 유치를 원하는 지역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8월 화성 진안에 2만 9천 가구의 신도시 건설 계획이 발표되면서도 이 같은 의견이 재차 강조됐다.
애초 국방부는 법적 절차에 따라 결정한 사안을 원점으로 돌릴 수 없다는 이유로 제3지역으로의 이전에 '불가 방침'을 고수해오다 최근 추가 이전 부지 검토 가능성을 공식화하며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꿨다.
[관련기사: CBS 노컷뉴스 2021년 9월 2일자 "[단독]수원 군공항 새국면 '당진 이전' 검토…화성 신도시 영향?" / 2021년 12월 1일자 "수원 군공항 "희망지 가능하다"…국방부 태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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