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빈(18·대한항공)에 이어 남자 탁구에서도 신동이 탄생할 조짐이다. 만 10살 초등학교 선수가 10살 많은 실업 선수를 꺾었다.
경기 성수초등학교 4학년 이승수는 20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픽셀스코프 제 75회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 남자 단식 64강전에서 승리했다. 20살 실업 선수를 3 대 0(12-10, 11-8, 11-8)으로 완파했다 .
이승수는 앞서 1회전에서는 대광중 형님도 격파했다. 4살 많은 중학교 2학년 선수를 역시 3 대 0(11-9, 11-6, 11-8)으로 제압했다.
대한탁구협회에 따르면 한국 탁구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대회에서 초등부 4학년 선수가 32강에 오른 것은 최초다. 2013년 9살이던 신유빈이 이 대회에서 용인대 소속 선수를 제압했지만 1회전이었다. 신유빈은 13살이던 2017년 당시 여고 랭킹 2위 강다연(문산수억고)을 3 대 2(12-10 3-11 7-11 11-7 11-5)로 눌렀지만 역시 1회전이었다.
이승수는 140cm가 갓 넘는 작은 키에도 맹위를 떨쳤다. 초‧중‧고‧대‧일반부 구분 없이 계급장을 떼고 자웅을 겨루는 유일한 대회다.
32강전에서 이승수는 국가대표팀 주장 이상수(삼성생명)와 격돌했다. 첫 게임부터 듀스 접전을 펼치는 패기를 보였다. 그러나 32살 관록의 이상수를 넘지 못하고 0 대 3으로 졌다.
경기 후 이승수는 "재미있었다"면서 "형 공격을 맞받아치고 머리도 쓰고 했는데 잘 통했다"고 당돌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다음에 또 하고 싶다"면서 "다음에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다부진 포부를 보였다.
이승수는 7살 때부터 곡선중, (동남고)제주제일고, 한체대를 거친 선수 출신 아버지 이수기 씨가 운영하는 탁구장(경기도 성남탁구교실)에서 라켓을 잡았다. 어깨 너머로 경기를 본 이승수는 직접 탁구를 하겠다고 나섰고 또래의 엘리트 선수들이 아닌 아버지 또래 재야의 고수들과 겨루면서 실력을 키웠다.
2019년 교보컵 초등학교대회 1-2학년부 단식에서 우승한 이승수는 올해 초등연맹 회장기 에이브로스배 대회에서 고학년 형들을 모두 꺾고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유소년연맹이 주최하는 주니어오픈에도 출전해 U11-13세부 1차전 우승, 왕중왕전에서 준우승했다.
이상수는 "어린 선수라서 방심하다가 큰 코 다칠 뻔했다"면서 "그대로 하다가는 질 것 같아서 제대로 싸워야 했는데 이제 5학년이 되는 선수가 이 정도 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진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내가 저 나이 때 어떻게 했었는지 생각도 안 난다"면서 "어린 나이답지 않게 거침없이 치고 들어오는 자신감이 일단 최고인데 백핸드는 특히 웬만한 성인 선수 못지 않고 앞으로 키가 클 테니 포핸드 쪽 공격력도 좀 더 보완한다면 누구보다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는 자질이 보인다"고 칭찬했다.
향후 목표로 이승수는 "세계 1등"을 외쳤다. 대한탁구협회는 32강전 직후 이승수에게 로박엠이 기증한 건강 메달을 걸어줬다. 신유빈처럼 남자 탁구에도 기대주가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