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지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은 이날 통가 라디오방송 '브로드컴 FM' 인터뷰를 인용해 리살라 폴라우(57)의 구사일생 생환기를 전했다.
은퇴한 목수인 폴라우는 통가 본섬에서 북쪽으로 떨어진 작은 섬 아타타에 살고 있었다.
지난 15일 해저 화산이 분출해 높은 파도가 일기 시작할 때 폴라우는 집에 페인트를 칠하고 있었다. 마침 형과 조카딸이 폴라우를 돕기 위해 찾아왔을 때였다.
그때 파도는 평소보다 더 가까이 들이닥쳤다가 빠지기를 되풀이했다.
물결은 처음에 거실을 적실 정도였지만 나중에는 6m 이상의 쓰나미로 돌변하더니 그의 집을 직격했다.
폴라우는 "붙잡을 게 아무것도 없었다. 조카딸 등과 함께 바다로 휩쓸려 나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때는 저녁 7시께였고 해는 벌써 기울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도 어두웠다.
그는 나무줄기를 붙잡고 죽으면 나중에 가족이 자신의 시신이라도 수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폴라우는 밤새 물결에 실려 가까운 무인도 토케토케 섬에 도착했다.
통가 경찰 순시선이 16일 오전에 근처를 지났지만 천을 흔들어 구조를 요청하는 그를 보지 못한 듯 그냥 지나쳤다.
그러나 그는 실망하지 않고 삶의 의욕을 다짐했다.
오전 10시께 토케토케 섬을 떠나 계속 헤엄쳐 오후 6시께 근처의 폴라섬에 도착했다.
섬에서 소리를 질러봤지만 아무 반응이 없는 무인도였다. 통가는 약 170개의 섬으로 이뤄진 제도로, 이 가운데 36개 섬에만 사람이 산다.
폴라우는 "그때 살아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함께 바다로 떠내려간 조카딸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그의 생존 의지는 이제 본섬으로 향했다.
폴라우는 "당뇨병을 앓는 여동생, 심장병이 있는 막내딸이 눈에 아른거렸다"고 말했다.
폴라우가 무인도 두 곳을 거쳐 본섬까지 가는 데는 무려 27시간이 걸렸고 이동 거리는 13㎞에 달했다.
로이터통신은 통가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의 이야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면서, 한 이용자는 그를 "현실 속의 아쿠아맨"으로 칭했다고 전했다. 그가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었다는 사실도 함께 알려지면서 그의 생환기가 더욱 관심을 끌었다.
가디언은 폴라우의 조카딸 등의 생사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국이 확인한 사망자 3명 중에 아타타 주민이 없다고 보도했다.
국제사회는 화산재와 쓰나미 때문에 기간시설이 파괴되고 식수 부족 사태를 겪는 통가에 대한 본격 지원에 나섰다.
이날 통가에는 주변국 호주, 뉴질랜드에서 구호물자를 실어 보낸 항공편이 재난 발생 후 처음으로 통가에 도착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은 통가가 긴급구호를 요청해 당국과 긴밀한 협의, 현지 실태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