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전 회장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며 현대산업개발이 지은 모든 건축물의 골조 등 구조적 안전결함에 대한 보증기간을 기존 10년에서 30년으로 늘리겠다고 하고 모든 건설현장의 시공 적정성과 안정성을 상시 모니터링 하는 '시공감시단'도 구성하겠다고 했지만, 안전에 대한 입주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한 것이다.
공사 전이면 계약 해지, 가계약은 협상 중단…공사중이면 '아이파크' 빼자
21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 곳곳의 정비사업장에서 현대산업개발 퇴출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7개월 사이에 2번의 붕괴 참사를 낸 광주에서는 사고 직후부터 시공사 해지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광주 최대 재건축단지인 운암3단지 재건축조합은 지난 13일 현대산업개발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지난해 6월 재개발 현장 철거 과정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던 학동4구역 재개발조합도 14일 "시공사 교체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산업개발과 가계약을 체결했거나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한 정비사업지에서도 보이콧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8월 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한 후 가계약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울산 남구B-07구역 가계약 협상 잠정 중단을 통보했다. 다음달 5일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원 총회를 여는 안양 관양현대아파트에는 "현대산업개발은 보증금을 돌려줄테니 제발 떠나주세요"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붙었다. 일부 조합원 모임이 붙인 것이다.
현대산업개발이 수주 후 공사에 들어간 단지들도 'HDC', 'IPARK'(아이파크)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개포1단지 재건축 조합원들은 "단지명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에서 아이파크 브랜드를 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잠실래미안아이파크 재건축 현장 가림벽에는 'HDC'와 'IPARK'를 가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직후 전세 매물 급증…전세 호가는 뚝뚝
21일 부동산 정보 업체 '아실'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상반기 입주에 들어갔거나 예정된 전국 아이파크 단지는 붕괴 사고 이후 전세 매물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대전 유성구 대전아이파크시티(1.2단지)는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 당일인 지난 11일 전세매물이 332건이었는데 21일에는 418건으로 늘어났다. 열흘 만에 전세 매물이 25% 넘게 증가한 것이다. 올해 3월부터 입주에 들어가는 충북 청주 흥덕구 '청주가경아이파크4단지'도 같은 기간 전세 물량이 39건에서 48건으로 23% 증가했다. 4월 입주 예정인 서울 강남권 '역삼센트럴아이파크'는 같은 기간 전세 매물이 9건에서 17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해당 단지는 전세 매물이 귀한 곳으로 꼽힌다.
짧은 기간 동안 전세 매물이 증가하면서 호가도 급락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전세 호가가 5억~6억 원에 달하던 '대전아이파크시티 2단지'(전용면적 84㎡)는 최근 4억 원짜리 매물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달 초 5억 3천만 원까지 전세 호가가 올랐던 '청주가경아이파크 4단지'(전용 84㎡)의 최근 호가가 4억 3천만 원까지 내려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세매물 급증은 현대산업개발 시공 주택에 대한 기피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신뢰를 쌓는데 10년이 걸렸다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10년 이상이 필요하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