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까지 이틀 동안 진행된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주 일반 청약에는 442만 명이 넘는 청약자와 114조 1천여억 원의 증거금이 몰렸다. 이는 역대 청약 사상 가장 많은 증거금이 몰린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80조 9017억 원을 30조 원 이상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코스피 상장은 오는 27일에 이뤄진다. 증권가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 후 시가총액 100조 원을 넘기며 삼성전자에 이은 시총 2위에 자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수요예측 단계에서부터 LG에너지솔루션이 역대급 흥행몰이를 했던 이 시기 국내 증시는 약세를 보였다. 코스피 지수는 19일까지 5거래일 연속으로 총 4.3% 하락했다가 20일 소폭 상승해 전 거래일 대비 20.40포인트(0.72%) 오른 2862.68에 마감했다. 이런 흐름을 두고 개인, 기관 등 투자자들이 LG에너지솔루션을 노린 '실탄' 확보에 집중하면서 형성됐던 수급 부담이 청약 마감을 기점으로 어느 정도 해소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 이후에도 일정 기간 수급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관 등이 포트폴리오 비중을 (상정 전) 사전적으로 조정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 양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며 "실질적으론 상장 후 형성된 가격과 시가총액 등을 보고 상위 종목의 비중을 결정한 뒤 그걸 따라서 매매하는 것이 패시브펀드의 특징이기 때문에 일정 기간은 수급 조정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1일 청약 자금 환불절차를 진행하는데, 천문학적인 증거금이 모인 만큼 환불자금도 수십조 원 규모일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계좌로 일시에 몰렸던 이 돈이 어디로 갈지도 주목되는 가운데, 주식시장으로의 상당액 유입은 어렵다는 진단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청약 목적으로 들어온 자금이 그냥 남아서 투자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시장 심리가 위축되다보니 유동성 등이 시장을 지켜내 주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남아있는 것 같다"고 봤다.
정용택 센터장도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와 금리인상 이슈를 언급하며 "시장이 더 불안정해졌기 때문에 (환불금이) 머무는 비중은 작년보다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돈이 좀 있다면 다른 상품 쪽으로 옮겨놨다가 다음 번 IPO를 기다릴 가능성은 높다"고 덧붙였다. 당장 다음 달 3~4일에는 현대엔지니어링의 공모주 일반 청약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 투자자들 사이에선 청약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이른바 '따상'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상장 첫날 공모가 30만 원 대비 시초가가 2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에 마감하는 '따상'에 성공할 경우 주가는 최고 78만 원까지 올라 1주당 차익이 48만 원에 달한다. 증권가에선 이를 둘러싼 전망이 엇갈린다. 상장 직후 유통 물량이 제한적이라는 점 등은 긍정적 요인이지만, 코스피지수가 부진하다는 점은 부정적 요인으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