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20일 "당 지도자급 인사라면 대선 국면이라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마땅히 지도자로서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권 본부장은 "만일 구태를 보인다면 지도자로서 자격은커녕 당원으로서의 자격도 인정받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주어는 생략됐지만, 전날 홍준표 의원이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 꿈'에 윤 후보와 비공개 회동한 내용을 나열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홍 의원은 △국정운영능력을 담보할만한 조치를 취하고, △처가 비리는 엄단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을 하면 선대본부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갈등은 첫 번째 요구사항에 대한 해석을 놓고 벌어졌다. 보는 시각에 따라 "본인 사람 써달라는 이야기일 것"(이준석 대표)이라는 해석이 가능하고, "공천 이야기도 포함됐겠지만 정치 선배로서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주된 내용일 것"(국민의힘 관계자)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하지만 윤 후보 측 인사들을 통해 공천 제안 사실이 부각되고, 홍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종로에 최재형 같은 사람은 공천하게 되면, 깨끗하고 행정 능력이 뛰어나니 국정능력을 보완할 수 있다"며 인정하며 초점이 명확해졌다. 홍 의원의 전략공천 제안에 대한 수용 여부가 선대본부 합류의 핵심 조건으로 옮겨진 것이다.
선대본 내에서는 공천이 윤 후보 자신이나 측근들의 의중이 아니라 시스템에 따라 이뤄져야 하는데, 홍준표 의원이 틀을 뒤흔들고 있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윤 후보 모토가 공정과 상식인데, 절차와 원칙을 무시하고 밀실에서 야합해 공천권을 준다는 말이냐"며 "이번 대선을 망치자는 이야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 의원이 선대본부 합류를 조건으로 자신의 몫을 요구하는 듯한 상황 자체에 대한 불쾌감도 엿보인다. 또다른 관계자는 "당 대 당 통합도 아니고 당연히 힘을 보태야 하는 당 내에서 힘을 합치는 과정에 지분을 요구하는 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라며 "당대표에 대선 후보까지 지낸 어른이신데, 홍 의원을 지지했던 청년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구태'라는 직설적인 비판까지 나오면서, 홍 의원도 불쾌함을 공개적으로 내보였다. 제안에 이견이 있다면 선대본부 내부에서 논의하면 되는데 공개적으로 자신을 저격하며 난처한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홍 의원은 선대본부를 향해 "염불에는 관심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거나 "어떻게 후보하고 이야기 한 내용을 가지고 나를 비난하는지 방자하기 이를 데 없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의 선대본 합류 가능성이 희박해진 가운데, 선대본 내에서도 홍 의원 없이 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과 당원들이 생각했을 때 홍 의원의 합류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되는 일들이 더 많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