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양당이 첫 대선후보 TV토론회를 이달 말에 여는 방향으로 추진하면서 각 캠프도 토론회 준비에 한창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그간 지속적으로 국민의힘 윤 후보에게 토론을 제안하는 등 자신감을 보였지만, 최근 현안과 지지율 추이를 고려하면 만만치 않은 토론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적잖이 나오고 있다.
이번 토론 추진이 성사될 경우 주목할 부분 중 하나는 설 연휴 중 토론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른바 명절을 맞아 가족과 친지들이 '밥상머리'에 앉아 토론 내용을 대화 소재로 삼을 수 있기 때문에 미래 비전이나 거시적인 정책보다는 개인사적인 부분이 부각될 수 있다.
야권에서 최근 녹취파일을 공개한 이 후보와 배우자 김혜경씨가 이 후보의 형수 박인복씨와 통화한 내용은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던 이 후보의 인성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여기에 아직 풀리지 않고 있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의문점들과 아들의 불법도박 의혹 등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 선대위는 우선 토론의 방향을 최대한 정책 대결로 이끈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간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내며 쌓아온 행정 경험을 강조하는 한편, '이재노믹스'로 불리는 경제공약 등 거시 정책과 50개에 달하는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 등을 토대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리더가 자신임을 강조하겠다는 계획이다.
윤 후보가 현안으로 네거티브를 펼칠 경우, 정책 포지티브로 맞서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후보의 가장 큰 부담은 그동안 보여왔던 언행으로 인해 높아진 국민들의 눈높이다.
민주당 경선은 물론 이후 가져온 각 기관 초청 토론회에서 '달변'을 보여줬던 만큼, 윤 후보와의 토론회에서도 압도하는 이미지를 가져오지 않는다면 사실상 패배로 인식될 수 있다.
반면 윤 후보는 그간 논란을 일으켰던 각종 언행을 비롯해 프롬프터가 작동하지 않아 1분이 넘게 입을 꾹 다물었던 모습 등으로 인해 이 후보와 비슷한 모습만 보여도 얻을 것이 많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때문에 민주당 선대위로서는 이 후보가 정책과 현안 모두에 있어서 두루 답변을 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여기에 토론에 임하는 자세, 즉 말투를 잘 관리하는 것도 숙제다.
이 후보는 지난해 민주당 경선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태도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즉흥적으로 상대방을 쏘아붙이거나, 예상하지 못한 단어를 사용함은 물론,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계속해서 웃음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자칫 이번 토론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인다면 '너무 강한 사람', '예의 없는 사람'이라는 식의 태도 논란이 또 불거질 수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양자토론이 아닌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참여하는 4자 토론 가능성이다.
두 당 모두 양자토론에 대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한 상태인데,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인용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경우 윤 후보와 범보수 대표주자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안 후보는 가급적 띄워주는 한편, 반대로 범진보진영 후보인 심 후보의 견제는 적절한 수위 내에서 막아내야 하는 과제도 떠안게 된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로서는 능력적인 측면에서도 앞서고 있다는 점과 함께 국민들이 원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지도자로서의 이미지 또한 보여줘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며 "불필요한 논란에 대해서 간결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정책에 대한 이해도와 미래 비전의 깊이를 잘 보여드린다면 충분히 국민들께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