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카카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 넘게 상승해 9만 2천원 선에서 거래되며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전날 카카오 주가는 8만 730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반등에 성공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카카오 주가는 올해 증시 개장 이후 단 3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 마감했다. 하락폭도 커 지난 3일 시작가를 기준으로 전날까지 하락률이 20%를 넘는다.
범위를 넓혀 보면 지난해 6월 24일 17만 3천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이후부터 7개월여 사이 주가가 무려 47% 가량 하락했다. 시가총액도 당시 75조 원에서 현재 41조 원으로 34조 원이 사라졌다. 시총 3위까지 차지했던 우량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하락폭이 크다.
자회사 카카오뱅크 주가도 마찬가지로 최근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카카카오뱅크도 전 거래일 대비 2% 넘게 상승하며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증시 개장 이후 단 2거래일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 마감했으며, 전날까지 하락률이 30%가 넘는다.
지난해 8월 18일 9만 4400원까지 오르면 10만 원을 바라보던 주가는 현재 4만 원 초반에 머물며 자칫 공모가 밑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최고점 대비 하락률은 55%에 달한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8월초 상장과 동시에 금융주 시총 1위를 자리를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KB금융에 다시 1위 자리를 내줬다.
최근 류영준 대표 등 경영진 먹튀 논란으로 카카오그룹 주가 전체를 끌어내리는 악재를 제공한 카카오페이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저점매수세가 몰리며 이날 4%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지만 올해 들어서만 20% 넘게 주가가 하락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1월 30일 24만 8500원까지 오르며 카카오뱅크와 금융주 1위다툼을 벌였는데 이후 경영진 먹튀 논란이 벌어지면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해 2달도 안되는 기간동안 주가가 무려 46%나 빠졌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긴축 우려로 지난해 연말부터 성장주가 부진한 흐름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국내 대표 성장주인 카카오와 그 계열사 주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성장주 전반의 약세로 설명하기엔 카카오그룹의 주가 하락 속도나 폭이 지나치게 크다. 시총 3위 자리를 놓고 다퉜던 네이버 역시 지난해 하반기 들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고점 대비 하락률이 30%를 넘지 않고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경우에는 일부 성장주의 성격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금융주라는 점에서 최근 주가하락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오히려 KB금융을 비롯한 주요 금융주는 금리상승의 수혜주로 분류되며 올해들어 10%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카카오그룹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정부가 본격적인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면서 주가가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지난 연말부터는 성장주 전반이 조정장에 진입하면서 하락폭을 더 키웠다. 여기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대량 주식 매도로 인한 먹튀논란, 그리고 그룹 오너인 김범수 의장의 탈세의혹 등 경영진의 '모럴해저드'는 이런 주가 하락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카카오는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사랑한 대표적인 종목이다. 지난 1년간 개인투자자는 카카오 주식을 4조 260억 원 순매수 했다. 삼성전자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순매도 금액이다. 이 기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조 2700억 원과 1조 6860억 원을 순매도 했다.
또, 지난해 6월 최고점을 찍은 이후 무려 50%에 가까운 하락률을 보인 7개월여 동안도 개인투자자는 2조 1210억 원을 순매도하며 꾸준한 매수세를 보였다. 개인투자자는 카카오뱅크 역시 상장 이후 8384억 원을 순매수했는데 다른 금융주와는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인 순매수세다.
개인투자자 A(42)씨는 "카카오 주가가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하는 시점에 여유자금으로 카카오 주식을 샀는데 지금은 손실률이 너무 커서 팔지도 못하는 지경"이라며 "카카오가 혁신기업이라 생각해 투자했는데 경영진의 행태를 보니 실망이 크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카카오와 계열사 주가가 단기간에 크게 오른 만큼 작은 악재에도 조정폭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런 상황에서 경영진의 모럴해저드까지 부각되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은 뼈아픈 실책"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