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특송'은 파워 드라이빙이 등장하는 액션 장르에 충실하게 뒤돌아보지 않고 지금에 집중하며 앞을 향해 달려 나간다. 속도감 있는 액션 시퀀스와 이를 살려낸 편집은 물론, '특송' 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개성과 그들 사이 연대와 대립은 액션의 속도를 따라 호흡한다.
배우 박소담의 원톱 액션으로 주목받은 '특송'을 이루는 것은 이처럼 액션과 캐릭터, 연출의 조화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NEW 사옥에서 박대민 감독을 만나 영화 속 캐릭터와 액션을 어떻게 설계해 나갔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캐릭터와 관계에 관하여
▷ 영화는 주인공의 숨겨진 사연, 악당의 뒷이야기에 빠져들지 않고 지금 현재의 사건에 집중하고 있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중점을 뒀던 지점은 무엇인가?
박대민 감독(이하 박대민) : 이야기를 풀면서 인물의 매력이 살아있길 바랐다. 그러려면 이건 분명히 액션이라는 장르 영화이기에 인물이 보여주는 액션과 장르적인 쾌감을 최대한 잘 느낄 수 있는 이야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물의 사연보다 현재에 벌어지는 일과 그걸 헤쳐나가는 과정에 집중하는 게 인물의 동력도 잃지 않고, 액션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그래서 인물의 뒷이야기라던가 과거 이야기, 악당의 사연 등은 다 쳐내는 쪽으로 정리했다.
▷ 영화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지점은 은하와 서원의 관계다. 부모-자식의 형태나 위계 관계를 이루기보다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은하와 서원의 관계를 설정하며 이들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지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박대민 : 결과적으로 친구 같은 사이가 되길 원했다. 친구가 필요한 세상인 것 같아서 말이다. 은하는 자기 주변의 몇 명 빼고는 관계에 벽을 쌓고 살았던 인물이다. 서원이도 아빠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아빠를 잃고 난 후에는 아무도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벽을 쌓고 살아온 인물에게 누군가가 잠깐 손을 내밀어서 한 발짝 넓혀가는 관계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물리적 상황에서는 은하가 서원을 보호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서원이 은하를 돕는다. 꼭 누군가가 누군가를 보호하는 것이 아닌, 엄마와 아이처럼 보이길 원하진 않았다.
▷ 송새벽이 연기한 조경필은 돈만 좇으며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절대 악인데, 송새벽 특유의 톤까지 더해지며 인상 깊은 캐릭터가 탄생했다. 백사장도 마찬가지다. 워낙 악역으로 강렬한 배우인지라 김의성이 그 자체로 반전이라 할 정도로 재밌는 캐스팅이었다.
박대민 : 의성 선배는 딱 그 지점이었다. 의외성에 재미가 있을 수 있고, 워낙 악역을 많이 했으니 새로운 반전이 있을 거 같았다. 백 사장 포지션 자체가 그렇다고 마냥 사람 좋은 동네 아저씨 느낌은 아니고, 일종의 범죄에 연루된 일을 운영하는 업체 사장이면서 내 사람을 지키는 인물이다. 기존에 가진 악역 이미지가 인물의 아우라를 표현하는 데 도움 되는 측면도 있을 거 같았다. 그런 부분이 클라이맥스에서 경필과 대치했을 때 빛을 발했고, 팽팽한 힘의 대치 속 결정적 한 방을 날렸다.
경필 역시 의외성 측면에서 접근했다. 사람들이 악역으로 잘 인식하지 않는 인물이라 새롭게 어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조경필은 자기 욕심 때문에 극악한 짓을 저지르는 전형적인 악당일 수 있는데, 이건 배우가 살리는 수밖에 답이 없었다. 새벽씨한테는 그냥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으면 좋겠다' '종잡을 수 없는 사람처럼 표현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걸 계속 고민하다가 진짜 예상 불가능한 발성을 잡아 왔는데 되게 좋았다.
액션에 관하여
▷ 드라이빙 액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현란한 기어 변속과 드리프트 장면이 속도감 있게 잘 그려졌다. 드라이빙 기술에 관해 공부하거나 다른 영화를 보며 참고한 게 있는지 궁금하다.
박대민 : 일단은 예전 성룡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지형지물을 이용한 액션도 좀 녹여내려 했다. 그리고 드리프트나 테크닉 측면에서는 유명 드라이버 켄 블락(*참고: 켄 블락은 세계적인 랠리 드라이버로, '짐카나의 황제' '드리프트의 신' 등으로 불린다)의 유튜브 영상을 많이 참고했다. 켄 블락이 보여주는 드리프트 기술 등을 영화에 녹여낼 방법을 연구했다. 그리고 엔진오일 제조 회사에서 마치 단편영화처럼 만든 프로모션 영상도 보면서 한국적인 지형에 어울리는 느낌으로 녹여내려 했다.
▷ 영화 '로닌' 등 다양한 영화나 시리즈에 등장한 BMW 5시리즈의 E34가 영화에 쓰였다. 많은 올드카 중에서도 특별히 해당 모델을 사용한 이유가 있나?
박대민 : 첫 번째 이유는 제일 근사하게, 멋있게 보여서다. 사람의 눈처럼 보이는 BMW 헤드라이트의 강한 개성이 있는데, 그 강렬함에 끌렸다. 그래서 1안으로 BMW 5시리즈의 E34를 선택했고, 해당 모델을 구할 수 있는지부터 찾아봤다.
▷ 카체이싱, 파워 드라이빙, 맨몸 액션 등 다양한 액션 신이 많이 등장한다. 각각의 액션이 가진 장점이 빛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떤 점들을 고민했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박대민 : 액션으로 보면 크게 3개의 시퀀스가 나온다. 첫 번째는 카체이싱으로, 은하의 프로페셔널함을 보여주기 위해 기술적으로도 현란한 드리프트가 나온다. 또 누구에게도 잡히지도, 어디에도 부딪히지 않고 목표지점까지 도주하는 느낌을 최대한 속도감 있게, 또 변화무쌍하게 보여주자는 게 핵심이었다.
두 번째는 옥외 주차장에서 보여주는 카체이싱이다. 서원을 구하면서 선보이는 액션으로, 큰 액션으로는 거의 처음이다. 이전 카체이싱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가져가고 싶었다. 액션 스타일도 긴박한 상황에서 처절하게 모면하고 빠져나가는 느낌을 주면서도, 거칠게 충돌하는 이미지를 많이 활용했다.
마지막 백강산업에서 벌어지는 맨몸 액션은 감정이 가장 폭발하면서도 살아있는 액션이 나오길 원했다. 감정은 두 가지 감정이다. 안에 붙잡힌 서원을 구해야 한다는 것과 백사장의 복수를 해야 한다는 이 두 가지 감정이 폭발하면서 펼쳐지는 거다. 기술적으로는 일대 다의 싸움인 만큼, 자기에게 불리한 조건을 극복해야 한다. 최대한 은하에게 조건을 유리하게 만들고 자기가 활용할 수 있는 걸 최대한 활용하며 싸움을 펼치는 아이디어를 많이 고민했다.
▷ 액션 장면 중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무엇인가? 그리고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난 후 가장 만족스러운 액션 장면은 무엇인지도 이야기해 달라.
박대민 : 맨몸 액션을 찍을 때가 제일 어려웠다. 무술팀도 그렇고 은하도 보호대를 했지만 크진 않지만 부상도 많이 입었다. 카체이싱보다 맨몸 액션 찍을 때 긴장도 걱정도 많이 했는데, 다행히 큰 부상 없이 잘 마쳤다. 처음 계획했던 그림은 지금보다 더 약한 느낌이었는데, 앞서 촬영한 모습과 은하의 감정을 생각했을 때 훨씬 더 폭발시켰으면 좋겠다고 해서 지금의 결과물이 나왔다.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 '특송'을 보다 제대로 재밌게 관람할 수 있는 감독만의 팁이 있다면 무엇인가?
박대민 : 사운드가 좋은 극장에서 큰 스크린으로 보면 가장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거다. 참, 영화에 나오는 고양이 이름이 '포동'이다. 포동포동해서가 아니라 남포동에서 구조한 아이라 '남포동'이다. 아주 귀여운 고양이가 나오니까 고양이 좋아하시는 분도 오셔서 보셨으면 한다.(웃음)
▷ 마지막으로 관객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
박대민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