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주 일반 청약 마감일인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증권 영업부금융센터에서 공모주 청약을 마친 박모(64)씨는 이처럼 기대감을 내비쳤다. 오전 10시 청약이 개시되고 얼마 되지 않아 이 센터엔 청약 대기자들이 길게 늘어섰고, 직원들은 이들에게 비대면 계좌 개설 방법부터 ARS 청약법 등을 알려주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30분 넘게 기다린 한 대기자는 "전 국민이 다 하는 것 같다"며 웃음을 보였다.
이처럼 뜨거운 관심 속에서 이틀 동안 진행된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주 일반청약이 이날 오후 4시에 마감됐다. 최종 성적표는 예상대로 '대흥행'이었다. 청약을 진행한 7개 증권사에 이틀 동안 신청자 442만 4470명이 몰렸고, 증거금은 110조 원을 넘겼다. 역대 최고기록이다. 청약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청약자들에게 균등배정으로 1주도 배당하지 못하는 증권사도 나왔다.
증권사 가운데 배정물량이 가장 많은 KB증권에 50조 8073억 원, 대신증권 24조 6456억 원, 신한금융투자 24조 3548억 원, 미래에셋증권 7조 2415억 원, 하나금융투자 2조 5272억 원, 신영증권 2조 2654억 원, 하이투자증권 2조 2648억 원 순으로 증거금이 몰렸다.
총 청약자수는 442만 4470명으로 집계됐다. KB증권에만 213만 1530명이 몰렸고, 신한금융투자 90만 8315명, 대신증권 72만 271명, 미래에셋증권 42만 2227명, 하나금융투자 10만 1955명, 신영증권 7만 2134명, 하이투자증권 6만 8038명 순이었다.
증권사 가운데 배정물량이 가장 많은 곳은 KB증권(486만 9792주)이며, 대신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각각 243만 4896주로 그 다음이다. 미래에셋증권, 신영증권, 하나금융투자, 하이투자증권은 각각 22만 1354주다. 물량의 50%는 모든 투자자에게 같은 물량으로 나눠주는 균등방식으로, 나머지 50%는 주식 수와 증거금에 따라 물량을 나눠주는 비례방식으로 배당된다.
이들 증권사 중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배정된 균등 배정물량(11만 677주)를 넘어서는 계좌가 몰리면서 청약 신청자 10명 가운데 7명 가량은 1주도 배정받지 못하게 됐다. 나머지 6개 증권사를 통해 청약한 이들은 1주씩은 받을 수 있다.
증권사별 경쟁률은 미래에셋증권 211.23대 1, 하나금융투자가 73.72대 1로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나머지는 65대 1보다 조금 높거나 낮았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LG에너지솔루션 청약 흥행에 대해 "유통시장에서의 기대수익이 낮아진 부분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단기 부동자금은 많은데 부동산 등으로 유입되긴 어려운 상황에서 공모주는 일단 받기만 하면 일정 부분 시세 차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해 주요국이 가장 주력하는 건 차세대 에너지, 친환경 투자인데 LG에너지솔루션은 그 안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회사"라며 향후 전망을 밝게 봤다.
일각에선 이번 청약 열기와 맞물린 대출 급증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주식 관련 인터넷 카페엔 '대출을 받아 청약을 넣어볼까 고민 중'이라는 글도 적지 않게 올라왔다. SKIET 공모주 청약이 진행된 지난해 4월엔 그 여파로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 기타대출이 전월 대비 11조 원 넘게 증가했다가 증거금 반환 효과로 한 달 만에 5조 5000억 원 감소하기도 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7일 코스피에 상장된다. 공모가 30만 원만 유지해도 시가총액이 70조 원을 넘어서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은 시총 3위에 자리 잡게 된다. 증권가에선 LG에너지솔루션의 적정 가치를 100조~120조 원으로 보고 있어 순위가 삼성전자 다음인 2위로 올라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