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항소심 선고 앞두고 '읍소 전략'…검찰 "반성 없이, 2차 가해"

강제추행치상 인정하는 주장 철회서 제출후 재판 속개
오 전 시장 "남은 인생 피해자분들께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 선처 호소
검사 측 "피해자 진료기록 재감정 하는 등 재판 지연, 반성 없이 2차 가해"
다음 달 9일 항소심 선고공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박진홍 기자
부하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이른바 읍소 전략으로 선회했다.  

검찰은 오 전 시장 측이 항소심에서 피해자의 진료기록 재감정을 의뢰해 재판을 지연시킨 것 또한 2차 가해에 해당한다며 결심공판 때와 같은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부산고법 제2형사부(오현규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301호 법정에서 강제추행과 강제추행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오 전 시장의 항소심 공판을 속개했다.

애초 이날 선고공판을 예정했던 재판부는 최근 오 전 시장 측이 강제추행치상 혐의에 대한 무죄 주장을 철회한다는 내용의 주장철회서를 제출함에 따라 변론을 재개했다.

오 전 시장 측은 이날 공판에서 시종일관 몸을 낮추는 선처를 구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오 전 시장은 "위헌을 비롯한 강제추행치상과 관련한 무죄주장 일체를 철회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부연 없이 "철회합니다"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강제추행으로 인해 상해를 입었다는 것을 더는 다투지 않겠느냐?"고 거듭 물었고, 오 전 시장은 "네"라고 수긍했다.

오 전 시장 측 변호인 역시 최종 의견에서 "주장철회서에서 여러가지 말씀을 드렸다"며 "이런 점을 잘 살펴서 선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 측의 이 같은 읍소 전략에 검사 측은 앞서 구형했던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재차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사 측은 "피고인은 항소심 재판결과가 지연되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면서 제3자에 의해 피해자의 진료기록 재감정을 의뢰했다"며 "재판 지연은 피고인이 의도한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의 이런 행태는 진정한 반성을 하고 있는 것이지 의문이 들게한다"고 지역 7년 구형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오 전 시장은 끝으로 할 말이 없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자리에서 일어나 "피해자분들께 거듭 거듭 죄송한 마음이다.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며 "남은 인생 피해자분들께 사죄하는마음으로 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성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 6개월을 확정 판결 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거론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재판부는 "그 사건 피해도 이 사건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외상후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거기서 3년 6개월형을 받았는데, 이 사건에서 그 보다 더 중한 형이 선고돼야 한다는 말인가?"고 물었다.

이에 검사 측은 "법정형 자체가 상이하다"며 "안 전 지사 사건의 (피해자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다고 하지만 불고불리의 원칙에 따라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되지 않은 부분"이라고 답했다.

오 전 시장의 항소심 선고 공판은 다음 달 9일 오후 2시 부산고법 301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오 전 시장은 지난 2018년 11월 부하직원 A씨를 강제추행하고 같은 해 12월 A씨를 또 추행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와 함께 지난해 4월 시장 집무실에서 직원 B씨를 추행하고, 이 직원에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상해를 입힌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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