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일부 공개된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통화 녹취 내용이 우려했던 것보다 수위가 낮자 일단 큰 파도를 넘겼다는 분위기다. 당내에선 안도감을 넘어 '김건희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분위기까지 풍긴다.
"어찌됐든 애초 없어야 했던 일"이라는 신중론도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번 김건희 녹취 사태를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동정론을 끌어내기 위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리스크 해소됐다" 환호 속 신중론도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17일 CBS노컷뉴스에 "일단 쥴리 리스크는 끝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오히려 의혹 관련해선 해명이 된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국민의힘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의혹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라며 "그동안의 쥴리니 과거에 대한 어떤 이야기들에 대한 것들은 이번에 오히려 방송을 통해서 아주 깔끔하게 머리가 맑아질 정도로 정리가 된 것 같다"라고 밝혔다. "걸크러시"라는 극찬도 했다.
의혹 해소를 넘어 김건희 씨가 공식석상에 등판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는 평가도 있다. 김 씨가 앞서 허위 경력 논란 등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며 전면에 등장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이번 방송으로 인해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당내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상황 정도는 됐다고 본다"라며 "그동안 김건희 자체가 리스크였고 이번 방송으로 안 좋게 보는 여론도 더 강화됐을 수 있지만, 일각에선 좋게 보는 분들도 생기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
큰 고비를 넘기면서 당내 분위기도 한껏 고조됐지만, 신중론도 강하다. 자세를 낮춰야 오히려 동정론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선대본부 또 다른 관계자는 "애초에 없었어야 할 일"이라며 "특히 수뇌부에선 '정말 최악인 줄 알았는데 그나마 다행이다'라고 보는 정도지, 잘 됐다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찌 됐든 많은 분들한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라고 밝혔다.
반격 준비하는 국민의힘… 동정론 쌓기 주력
김건희 녹취록을 두고 되레 역풍 조짐이 보이자 국민의힘은 곧장 반격에 나섰다. 이번 녹취록 사태를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보도에 나선 서울의소리와 MBC가 취재 윤리를 위반했다며 공격하는 한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국민의힘은 방송 직후 입장문을 통해 "방송 내용이 지극히 사적인 대화임에도 불구하고 MBC는 공익적 목적에 부합하다고 주장하면서 불법 녹취된 파일을 방영했다"라며 "또 반론권을 보장하겠다며 문자와 전화를 걸어 통화를 유도한 것, 방송 내용을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볼 때 반론권도 보장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당대표는 "궁금한데 민주당은 왜 본방사수(생방송 시청) 독려 캠페인을 당 차원에서 했던 것인가?"라고 민주당에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정치공작의 피해자임을 강조함과 동시에 민주당이 이러한 공작에 동조했다는 여론이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민주당을 향한 시각도 안 좋아질 것"이라며 "본방 사수를 독려하고 그랬는데, 기본적으로 윤리가 없고 언제든지 권력 쟁탈 등이 있을 때는 다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MBC 측 변호인이 법원의 방송금지가처분 결정으로 공개할 수 없는 김건희 녹취록의 일부를 배포·유출했다며 이날 검찰에 고발했다. 또 "서울의소리가 김 씨의 사무실에서 여러 명의 대화를 몰래 녹음했고, 다자 대화를 몰래 녹음·유포하는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상 처벌 대상"이라고 서울의소리 대표 등 3명도 경찰에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