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상무 김태완 감독은 기분 좋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K리그2 우승과 함께 다시 돌아온 K리그1 무대. 게다가 현재 벤투호 터키 전지훈련에 7명을 보낼 정도로 역대급 스쿼드를 갖췄다. 성적에 대한 압박도 없다. 다만 "이 멤버로 성적이 안 나오면 어쩌나"라는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는 스트레스다.
김태완 감독은 17일 부산 전지훈련 중 기자회견을 통해 "전지훈련 기간이 많이 짧아 경기력을 100%까지는 못 올릴 것 같다. 전 선수가 부상 없이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80% 이상 전력을 갖추고, 대표팀에 나간 선수들이 합류해 마무리 정비를 하면 개막전까지 잘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벤투호에 조규성과 구성윤, 정승현, 박지수, 고승범을 비롯해 신병 권창훈, 이영재까지 합류한 상태다. 전지훈련, 그리고 발탁 여부에 따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레바논과 7차전, 시리아와 8차전까지 치러야 한다. 귀국 후 자가격리도 필요하다.
손발을 맞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크게 걱정은 하지 않는다.
김태완 감독은 "사실 동계훈련을 같이 해야 하는데 다행스럽게 터키에서 훈련을 잘하고 있다. 경기력도 끌어올리는 중이라 그 선수들은 걱정을 많이 안 하고 있다"면서 "남아있는 선수들과 함께 더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해 고민 중이다. 대표팀은 대표팀대로 훈련을 하니까, 남은 선수들로 더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창훈, 이영재가 새로 입대했지만, 나머지는 지난해 함께 배를 타고 우승을 했다. 선수 호흡에서는 문제가 없다"면서 "권창훈, 이영재도 영리하고, 어느 팀에 가도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선수이기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천은 2020년 상주를 연고지로 K리그1 4위에 올랐다. 하지만 연고지 이전 문제로 지난해 K리그2에서 뛰었고, 우승과 함께 다시 K리그1으로 승격됐다.
김태완 감독은 "K리그1에서 4위까지 했는데 강제로 강등됐다. 4위 이상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상무의 고질적인 숙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시즌 중 전역하는 선수들이다. 올해도 9월 14명이 전역한다. 순위 싸움이 가장 치열한 시기에 사실상 팀의 절반이 빠지는 셈이다. 그럼에도 김태완 감독은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김태완 감독은 "힘든 부분은 있다"면서도 "그만큼 새롭게 들어오는 선수들 면면도 좋은 선수들이다. 능력이 있고, 각 팀에서 좋은 역할을 하던 선수들이다. 얼마나 빨리 상무 문화에 스며드느냐가 중요하다. 상무 문화에서 축구를 재미있게 하다보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완 감독이 추구해온 '행복 축구'가 바로 상무 문화다.
김태완 감독은 "군인이기에 경직되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은 군인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경기장에서는 축구 선수로서 가치를 높이고, 팀으로 상대를 해야 한다. 즐겁게, 군 생황을 통해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는 생활, 1년 6개월 동안 이런 문화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김천은 군팀 특성상 외국인 선수를 보유할 수 없다. 하지만 전 포지션에 걸쳐 국내 정상급 선수들로 구성됐다. 지난해 K리그2에서 생태계 파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
김태완 감독은 "외국인 선수는 그 포지션에 정말 필요한 선수가 국내에 많이 없어서 뽑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 선수들은 최고라고 생각한다. 조규성도 있지만, 외국인 선수라 생각하라고 말한다. 경쟁력을 갖춰야 소속팀에 돌아가 외국인 선수를 이길 수 있다"면서 "다른 팀은 센터백을 구하려고 난리인데 임대로 보낼 수도 없다. 선수들이 너무 좋아서 가장 강한 포지션이 센터백이다. 미드필더도 좋아졌고, 스트라이커도 조규성이 잘하고 있다. 김지현도 새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김천은 국가대표 센터백 박지수, 정승현과 국가대표 출신 송주훈이라는 센터백이 있다. 김태완 감독이 "스리백을 써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막강한 중앙 수비 자원이다.
막강한 스쿼드를 조립하는 것이 김태완 감독의 숙제다.
김태완 감독은 "팀 전체적으로 선수들에게 맞는 옷이 뭘까 고민하고 있다. 센터백이 좋은 선수가 많아 스리백도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 권창훈을 어디에 둘지 또 생각해야 한다"면서 "좋은 선수들이 와서 역대급 멤버라고 하는데 성적이 안 나면 다 내 능력 부족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지 못하는 팀이 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웃었다.
목표는 4위 이상이다. 한계를 두지 않기 위해 '이상'이라는 표현을 썼다. 김태완 감독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하고 싶다. 한계를 두지 않고 우승권 팀과 경쟁할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 몇 위라고 정해놓으면 딱 거기까지만 할까봐…"라고 출사표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