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만 이미 400만 장"…한 번 쓰고 버려지는 재난지원금 카드

부산 연제구의 코로나19 2차 재난긴급생활지원금 선불카드. 박진홍 기자
부산 기초단체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2차 재난지원금을 플라스틱 재질의 일회용 선불카드 형태로 지급하면서, 불필요한 자원 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 북구와 사하구, 금정구 등 대다수 기초단체는 지난달부터 모든 주민을 상대로 코로나19 2차 재난지원금을 속속 지급하고 있다.
 
각 구·군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선불카드, 입금, 지역화폐 충전 등 3가지로 나뉜다.
 
2차 재난지원금을 가장 먼저 지급한 기장군을 비롯해 강서구·서구·중구 등 4개 구·군은 지원금을 신청자의 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을 택했다.
 
동구와 남구는 각각 자체 지역화폐인 'e바구페이'와 '오륙도페이'에 지원금을 충전해주는 방식을 택했는데, 사용자가 지원금을 다 쓴 뒤에도 자연스레 지역화폐를 계속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해운대·수영·연제·동래·금정·사하·북·영도·부산진 등 9개 구는 선불카드를 지급하고 있다. 지난 2020년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는 7개 구가 선불카드를 지급했고, 부산진구와 영도구가 입금에서 선불카드로 방식을 바꾸면서 9개 구로 늘었다.
 
선불카드 지급은 지원금을 미리 충전해 둔 실물카드를 신청자에게 주민센터 등 현장에서 곧바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들 기초단체는 선불카드에 3개월가량의 사용기한을 설정해두고 있는데, 이 기한이 지나거나 충전된 지원금을 모두 사용하면 더는 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
 
즉 사용한 재난지원금 카드는 고스란히 쓰레기가 되는 상황인데, 부산에서 재난지원금 지급 명목으로 발행된 플라스틱 카드는 2차례에 걸쳐 400만 장이 넘는다.
 
이처럼 기초단체들이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마다 플라스틱 재질의 선불카드를 새로 발급하는 행위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 환경 단체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부산시자원재활용센터에 가득 쌓인 재활용 쓰레기. 박진홍 기자
자원순환시민센터 김추종 대표는 "플라스틱 카드에 쓰이는 폴리염화비닐(PVC)는 값이 싸고 만들기 쉽지만, 태우면 오염물질이 많이 나와 재활용하기 힘든 재질로 꼽힌다"며 "이런 카드를 일회성으로 계속 쓰고 버리면 환경에 굉장한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지급방식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며 "지역에서만 쓸 수 있는 종이 상품권이나 기존에 사용하는 신용카드에 지원금을 충전하는 방식 등 대안으로 자원 낭비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물카드를 지급하는 기초단체들은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하면서도, 선불카드 지급의 편의성과 기능적 이점 때문에 이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영도구 관계자는 "1차 지원금 때 현금을 지급했는데, 영도구 경제 활성화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 2차 때는 영도구 안에서만 쓰도록 제한할 수 있는 선불카드를 택했다"며 "'플라스틱 제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지만, 이보다는 지역 상권 활성화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자체 지역화폐가 있는 구처럼 카드를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은 있고, 어떤 지급방식이 더 효과적인지는 더 고민하고 연구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종이로 된 지역사랑상품권 형태의 지급도 고려했으나, 금융위 신청이 선행돼야 해 신속한 지급이 생명인 재난지원금 지급에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며 "카드가 일회성으로 버려지는 문제를 인식해 동에서 일괄 수거해 재활용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는 더 검토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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