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럭 호철? 꼼꼼 호철이시죠" 선수들이 입 모아 극찬하는 명장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 한국배구연맹(KOVO)
"예전에는 지는 게 힘들었는데 여자 팀에 와서 1승이 이렇게 힘드나 하는 무게감을 느꼈다."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은 1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도드람 V리그' 흥국생명과 4라운드 원정에서 천신만고 끝에 프로배구 여자부 첫 승을 거뒀다. 풀 세트 끝에 3 대 2로 이겼는데 부임 7경기 만이자 데뷔전을 치른 뒤 29일 만이다.

'내홍 사태'를 겪은 기업은행은 최근 8연패 수렁에서 빠져 나왔다. 선수들은 하나같이 김 감독의 지도력을 극찬하며 공을 돌렸다.

이날 양 팀 최다인 28점을 터뜨린 표승주는 "감독님께서 선수들을 빠짐없이 꼼꼼하게 짚어주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최근 부진을 털어내고 23점을 올린 외국인 선수 산타나도 "선수들을 잘 컨트롤하고 멘탈적으로 용기를 많이 주시는 분"이라며 김 감독에게 찬사를 보냈다. 

김 감독은 지난해 12월 내홍 사태를 겪은 IBK 기업은행의 지휘봉을 잡았다. 남자 배구의 명장이었던 김 감독이 여자팀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5년 현대캐피탈 이후 6년 만에 V리그 현장으로 복귀한 김 감독에게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는 자리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배구인으로서 도와야겠다는 책임감을 가졌다"면서 각오를 다졌다.
 
그만큼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부임 후 곧바로 반등을 이끌지는 못했다. 지난해 12월 18일 흥국생명과 데뷔전을 시작으로 6연패에 빠졌다.
 
외국인 선수 라셈의 대체 선수로 합류한 산타나는 좀처럼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내홍 사태를 일으킨 조송화의 이탈로 주전 세터를 이어 받은 김하경은 아직 경기 운영 능력이 아쉬웠다.
 
확실히 내홍 사태의 여파가 거센 듯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내홍 사태로 훈련을 제대로 못했다"면서 "목표 의식 없이 흘러가는 그대로 훈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금씩 경기력이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감독은 "이제는 목표 의식이 생긴 것 같다"면서 "서로 대화도 주고받고 생각하면서 훈련할 정도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는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 한국배구연맹(KOVO)
김 감독의 말처럼 기업은행은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15일 흥국생명과 경기에서 이를 입증했다.  

전력 외로 평가를 받던 산타나는 이날 23득점, 공격 성공률 43.39%로 기업은행의 8연패 탈출을 견인했다. 적장인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도 "오늘 산타나의 컨디션이 좋았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산타나는 "팀에 합류하고 한 달 동안 정말 많은 노력을 했는데 오늘 그 결실을 맺어서 기쁘다"면서 "감독님께서 선수들을 잘 컨트롤하고 용기를 주신다. 좋은 코칭으로 경기를 이끌어주시는 감독님에 대한 존경하는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데뷔 13년차 베테랑 레프트 표승주는 이날 개인 한 경기 최다인 28점을 올렸다. 팀 내 가장 많은 득점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표승주는 "경기하면서 감독님께서 디테일하게 지시를 많이 해주셔서 상대적으로 편하게 공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과거 '버럭 호철'이라 불릴 만큼 카리스마가 강렬했던 김 감독의 지도 스타일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감독님을 무서워하기보다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꼼꼼히 짚어주시기 때문에 모두 배우려는 자세로 임한다"면서 "시도해 보라고 하셨던 플레이를 성공했을 때 같이 좋아해 주셔서 모두 감독님을 잘 따른다"고 설명했다.
 
세터 김하경도 '최고의 세터' 출신 김 감독의 지도를 받고 어엿한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김 감독 부임 후 7경기에서 세트당 11.466개의 세트 성공을 기록했다. 김 감독 부임 전 14경기(세트당 8.088개)에 비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올 시즌 세트 4위(세트당 9.623)에 올라 있다.
 
시즌 초반 센터로 나섰던 김희진은 김 감독을 만난 뒤 라이트로 자리를 옮겨 공격력이 폭발했다. 센터로 나선 13경기 득점(126개)보다 라이트로 출전한 7경기 득점(142개)이 더 많다. 올 시즌 팀 내 가장 많은 득점(268개)으로 공격을 책임지고 있다.
 
김 감독은 약 한 달간 기업은행을 지휘하며 단 1승밖에 거두지 못했지만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내홍 사태로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수습했고,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향상시켰다는 평가다. 기업은행은 기세를 몰아 오는 18일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을 상대로 2연승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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