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난 14일 서울 지역 내 상점·마트·백화점에 대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와 모든 시설에 대한 청소년 방역패스의 효력을 정지하자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법원이 효력정지 신청 가운데 일부만 받아들였고 지역적으로도 서울시에 국한해 판단했지만, 다른 지방 자체단체를 대상으로 한 비슷한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방역 패스를 둘러싼 혼란을 막기 위해서도 정부는 새로운 방역 대책을 서둘러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날 법원 판결 이후 "이번 법원의 판단에 대해 정부는 아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법원의 판결 취지와 방역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다음 주 월요일(17일) 코로나19 중대본 회의를 통해 논의한 후 공식적인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전했다.
법원 판결에 맞춰 방역패스 손질…마스크 착용이 기준될듯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판결에 앞서 이날 오전 정부 합동 브리핑에서 "법원의 결정에 따라 전체적인 방역 억제력에 어떤 영향들이 있을지를 가늠하고 거기에 따라서 대비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법원이 효력 정지 판결을 내리면서 '마스크 착용 여부'를 기준으로 했다는 점에서 정부도 이를 토대로 대책을 마련할 전망이다. 법원은 생활 시설 가운데 마스크를 벗고 음식물을 먹는 식당과 카페에서는 방역패스를 현행대로 인정했다.
손 반장은 법원의 판결 이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는 "원래는 저희도 저위험시설부터 해지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데 법원의 이런 결정이 있다보니 논의하기가 애매해지는 부분이 있다. 계속 논의하며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 판결도 전체적인 정책 취지는 이해되는데 과도하게 넓혀 나가는 부분이 있지 않으냐는 지적인 것 같다"면서 "당시 작년 12월 (방역패스를) 확대할 때는 일일 확진자가 한 8천명까지 육박할 정도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었는데 지금은 좀 안정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마스크를 쓰는 심야극장 등에 대한 방역수칙을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정부는 방역패스 적용이 어려워진 시설에 대해서는 밀집도 조정 등을 통한 방역 강화를 예고했다.
앞서 지난 5일 법원이 학원 등 3곳에 대해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하자 손 반장은 "방역패스가 적용되기 전 일상회복 단계에서 학원과 독서실, 카페에 대해서는 밀집도 제한이 적용됐다"면서 "학원의 경우 3㎡당 1명 또는 1칸 띄우기가 의무화돼 있었고, 독서실, 스터디카페 등에 대해서도 1칸 띄우기 등의 밀집도 제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방역 강화는 법원의 판결을 보고 논의하겠다는 입장때문에 미뤄져 왔다.
'자영업 피해' 거리두기, 언제 풀수 있을까…운신폭 줄어들어
특히 정부는 방역패스와 거리두기를 상호 보완관계로 보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더 큰 피해를 주는 거리두기 완화 쪽에 더 방점을 찍어왔다. 방역패스 논란이 커질때도 "(방역패스가 완화되면) 거리두기를 강하게 할 수밖에 없다"(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는 입장이 나온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는 이번 법원 판결에 앞서 방역 패스의 필요성을 누차 강조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지난 10일 '방역패스의 목적 및 필요성'이란 자료를 통해 방역패스가 "접종자에 비해 감염 가능성이 높은 미접종자를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함과 동시에 이들로 인한 확산 차단으로 코로나19 유행을 억제한다"고 설명한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법원 판결로 정부가 중요한 방역 수단 중 하나로 삼고 있는 방역패스에 적지 않은 구멍이 뚫린 셈이 됐다. 정부 입장에서는 두개의 잠금장치 가운데 하나가 벌써 헐거워져 버린 것이다.
정부가 사적모임 제한 인원만 두명 늘려 6명까지로 하는 선(영업 제한시간 9시 유지)에서 거리두기 미세조정안을 내놓은 것도 방역패스 판결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강화된 거리두기는 큰틀을 유지한 채 다음달 6일까지 계속 이어진다.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을 지나 소강상태로 접어들면 정부는 애초 계획처럼 거리두기를 풀 수 있겠지만, 그 시점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