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미크론 확산 대응전략을 발표한 정부는 △국민 건강 및 사회경제적 피해 최소화 △지속가능한 일상회복을 위한 방역·의료체계로의 전환을 핵심 목표로 내세웠다. 오미크론 신규환자 5천까지는 '대비' 단계로 정의하고, 확산 억제에 방점을 둔 현재의 '3T 전략'(Test·Trace·Treat)을 큰 틀에서 유지한다. 다만, 하루이틀 만에 확진자가 두배로 느는 오미크론 대유행에 맞서기 위한 방역·의료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한다.
'대응' 단계 발령땐 △중증환자 예방 △자율·책임 중심의 방역 등 고위험군 중심으로 방역 체계가 재재편된다.
설 연휴가 있는 이달 말 우세종화가 예측되는 만큼 남아있는 시간은 고작 2주 정도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이기일 제1통제관(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정부합동 브리핑에서 "오미크론은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3배 정도 빨라 (신규확진) 7천 명 정도에 (대응 단계를) 시행해야 그 이후 1만 명도 준비할 수 있다"며 "(일일 감염자가) 7천 명이 되면 점유율이 50%가 안 된다 해도 바로 실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번이라도 신규 확진자가 7천 명으로 집계되면 8~9천, 2~3만은 순식간이라는 이유다.
환자가 직접 동선.접촉자 기입…당국, '고위험군'에 집중
그간 정부는 확진자가 방역망에 걸리면, 이들의 동선을 샅샅이 추적해 추가감염 가능성이 있는 밀접접촉자를 조기 격리하는 데 많은 역량을 쏟아왔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이후 방역 완화와 맞물려 의료체계가 한계에 부딪히기 전까지 상당한 효과를 봤던 방식이다.하지만 일일 확진자가 천(千) 단위가 아니라 만(萬) 단위로 넘어가는 오미크론 대유행 상황에서는 한계가 뚜렷하다. 모든 감염원을 초기에 걸러내는 것도 불가능할뿐더러 당국이 감당할 수 있는 조사범위를 뛰어넘기 때문이다.
밀접접촉자 중 2차 접종까지 마친 접종완료자는 6개월로 설정된 지금의 '격리면제 유효기간'을 그대로 적용한다. 다만, 돌파감염이 증가하고 기본접종만으로 방어가 어려운 오미크론의 특성을 고려해 유효기간 단축도 추가 검토한다.
'시민참여형' 역학조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시범운영해 체계 변화도 준비한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자리잡는 '대응' 단계에서는 이같은 방식이 본격화된다. 민간 개발 애플리케이션(앱)인 '코로나 동선 안심이' 등과 같이 확진자가 스스로 본인의 인적사항과 동선, 접촉자 등을 먼저 입력하는 것이다. 보건소가 이 내용을 확인하고 반영하는 '자기기입식' 역학조사로, 당국의 과부하를 막겠다는 취지다.
방역당국이 조사하는 접촉자 역시 유행상황과 위험도에 따라 우선순위에 집중한다. 가장 감염 위험이 높은 확진자의 가족, 직장, 동료(지인)을 포함해 △60대 이상 고령자 △기저질환자 △요양병원·시설, 기타 감염취약시설(학교·의료기관·장애인 시설 등) 등이다.
대응 단계에선 확진자와 접촉자의 격리기간도 열흘에서 7일로 단축된다. 다만, 확진자는 격리해제 이후 '자율적으로' 사흘 간 집에 머물며 방역수칙을 준수하라는 것이 당국의 권고사항이다. 이러한 기준은 재택치료 환자와 생활치료센터 입소자 등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재택환자 대면진료 외래센터 확충…'日확진자 2만' 대비 병상확보
이날부터 처방에 들어간 경구용 치료제가 신속하게 배송될 수 있도록 지역약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재택환자를 대면 진료하는 외래진료센터도 90곳 이상 늘린다. 방역 문턱을 낮춰 동네 이비인후과나 내과 등 의원급 병원이 1차 진료에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응급 이송체계는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구급차를 운영한다. 무증상·경증환자의 자가용, 방역택시 활용한다.
'대비' 단계에서는 생활치료센터 병상을 하루 확진자 2만 명, 거점생활치료센터 병상은 1만 명에 맞춰 준비한다.
이후 '대응' 단계로 이행하면 거점생활치료센터 병상은 1200개를 추가 확충한다. 재택치료 수요가 급증하거나 병상 배정이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중환자실과 중등증 치료병상도 지속적으로 확충한다. '대비' 단계에서 최대한 병상을 확보해 놔야 비상상황인 '대응' 단계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중증·준중증 병상 1578개, 중등증 병상 5366개 등 총 6944병상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중증 진행 위험이 있는 환자들, 위중증 환자를 돌보는 병상은 총 2만 4685개(중증·준중증 4575병상, 중등증 2만 110병상)에 이르게 된다.
'대응' 단계에서는 중등증의 격리치료 기간도 증상 발현 이후 현행 (최소) 10일에서 7일로 단축한다.
노바백스로 미접종자↓· 면역저하자 4차접종…소아접종도 검토
우세종화 전에는 미접종자 접종률과 3차접종(추가접종)률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한다. 지난 12일 품목허가가 난 노바백스 백신은 아직 한 차례도 백신을 맞지 않은 미접종자들의 1·2차 접종에 적극 활용될 예정이다. 이미 대다수가 부스터샷을 맞은 60세 이상 고령층 외 2차접종 이후 3개월이 경과한 18~59세 3차접종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급·만성 백혈병, 림프종, 다발성 골수성 환자, 고형장기이식환자, 면역억제 치료 중인 환자 등 면역저하자들에 대한 '4차 접종' 시행방안도 마련한다. 이들은 앞서 접종완료 2개월 만에 추가접종 대상이 됐지만, 3회차 접종만으로 면역 형성이 어려울 수 있는 탓이다.
오미크론이 우세종화되면 요양병원·시설 입소자, 의료기관 종사자 등 고위험군에 대한 4차접종도 본격 검토될 전망이다.
당국은 당초 접종대상이 아니었던 5~11세 소아에 대한 예방접종도 검토 중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임숙영 상황총괄단장은 "5~11세 소아 백신을 채택하고 있는 나라들이 다수 있다. 외국사례에 대해 계속 검토 중"이라며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백신이 허가가 나지 않았다. 우리가 소아용 백신을 도입하게 된다면, 식약처의 허가가 먼저 전제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후 도입시기 등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 해외사례와 여러 가지 전문가의 검토 등을 거쳐 (접종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유행 시 동네 병·의원서 신속항원검사…"방역패스 적용 검토 중"
정부는 30분 안에 양성 여부를 알 수 있는 신속항원검사를 보완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위험군이 아닌 경우에는 호흡기 전담 클리닉뿐 아니라 동네 병·의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확진여부를 1차 판별케 하겠다는 것이다. 증상은 없지만, 본인의 감염이 걱정돼 선제적으로 검사를 받고자 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정확성이 가장 높지만 시간이 다소 소요되는 PCR 검사는 65세 이상 고령자, 호흡기 클리닉 등에서 감염이 의심된다는 의료진 소견을 받은 대상자, 밀접접촉자, 감염 취약시설의 선제검사 대상에게 적용된다. 여기에는 신속항원검사와 응급선별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사람도 포함된다.
다만, 대면진료 이후 의사가 PCR 검사를 권고한다면 신속항원검사 없이 바로 선별검사소에서 PCR 검사를 받을 수도 있다.
정부는 신속항원검사로 받은 '음성' 결과도 추후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행시점은 오미크론이 우세화된 '대응' 단계 이후다. 다만, 개인이 약국에서 키트를 구입해 실시하는 자가검사는 제외된다. 병·의원에서 시행한 검사만 방역패스 효력이 인정된다.
개인이 하는 경우 검체 채취 등의 문제로 부정확한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방대본 이상원 역학조사분석단장은 검사키트와 의료기관의 신속항원검사를 두고 "검사 원리는 동일하지만, 검체 채취방법에 따라 크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검체는 비인두 점막을 살짝 떼어 검사를 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데, 일반인에게 이는 거의 불가능할 만큼 어렵다"며 "숙련된 의료인이 병·의원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해야 정상적으로 검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가검사키트는 비인두 점막이 아닌 비강 점막을 활용해 바이러스의 양 자체가 비인두 점막에 비해 적게 나타나 민감도가 좀 떨어질 수 있는 게 사실"이라며 "가능한 저희는 병·의원에서 먼저 검사하실 것을 권해드린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건강보험 적용에 대해서는 현재 본인 부담과 적용범위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