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서울 마트·백화점과 청소년 방역패스 효력 정지했다(종합)

이번 판단은 서울 지역에 한해서만…복지부장관·질병관리청 신청은 각하
법원, 개인의 행복추구권이 국가 공공복리보다 우선 가치라고 판단

14일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고객이 방역패스 확인절차를 거치는 모습. 연합뉴스
법원이 서울지역 마트와 백화점에 대한 코로나19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의 효력을 정지했다. 식당, 카페 등에서는 방역패스가 유지된다. 연령별로는 서울에 있는 12~18세 청소년은 17종 시설 전부에서 방역패스 없이 이용 가능 하다.  

당분간 대형마트·백화점 방역패스 정지…카페·식당은 필요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한원교 부장판사)는 14일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와 의료계 인사들, 종교인 등 1023명이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효력정지)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번 결정으로 서울내의 3000㎡ 이상 상점·마트·백화점에 적용한 방역패스 조치의 효력이 정지된다. 아울러 12~18세 청소년에 대해서는 17종 시설 전부에서 방역패스의 효력이 정지된다.

반면, 식당·카페, 영화관·공연장, 멀티방, PC방, 스포츠경기(관람)장, 박물관·미술관·과학관, 도서관, 실내체육시설, 파티룸 등 나머지 시설에서 18세 이상에 대한 방역패스는 종전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이번 결정은 서울시의 공고에 대한 것으로 제한돼 다른 지역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효력정지 기간은 관련 본안 소송의 판결 1심이 선고된 이후 30일이 되는 날까지다.

법원은 결과적으로 개인의 행복추구권이 국가의 공공복리보다 우선 가치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이 그 자체로 백신미접종자의 행복추구권 등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처분임이 분명하다"면서 "국민의 기본권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지만, 그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고 그 제한은 △수단의 적합성, △최초침해성, △비례성 등의 한계를 지키는 범위 내에서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식당·카페의 경우 마스크 착용이 어려워 감염 위험도가 다른 다중이용시설에 비해 높은 반면, 상점·마트·백화점은 많은 사람이 모일 가능성은 있지만 이용 형태에 비춰볼 때 취식이 주로 이뤄지는 식당·카페보다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가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상점·마트·백화점을 일률적으로 방역패스 적용대상으로 포함시켜 백신미접종자들이 기본생활 영위에 필수적인 이용시설인 위 시설에 출입하는 것 자체를 통제하는 불이익을 준 건 '지나치게 과도한 제한'에 해당한다"며 "위 시설에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해 코로나19 중증화율이 상승하는 등 공공복리에 중대한 악영향을 초래하리라고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법원, 청소년에 방역패스 정지 결정한 이유는?

황진환 기자
법원은 12세 이상 18세 이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방역패스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중증화율이 현저히 낮고 사망 사례가 없는 12세 이상 18세 이하 청소년들을 방역패스의 적용대상으로 삼는 것은 합리적 근거가 있는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질별관리청장이 제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3일부터 12월 25일까지 10세에서 19세 사이 전체 확진자 5만 2397명 가운데 위중증자 수는 21명, 사망자 수는 0명이다.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이상 반응, 백신 접종이 신체에 미칠 장기적 영향 등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도 청소년의 방역패스 중지에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불확실한 상황에서 개개인의 건강 상태와 감염 가능성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해 코로나 백신 접종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자기결정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성인보다 더 크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청소년의 경우 코로나19에 감염된다 하더라도 위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위 연령대의 청소년에게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해 코로나19 중증화율이 상승하는 등 공공복리에 중대한 악영향을 초래할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법원은 백신패스 적용이 백신미접종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운용되어야 한다는 권고도 잊지 않았다. 재판부는 "부득이 한시적으로 감염취약시설이나 일부 다중이용시설에 방역패스를 도입하더라도, 그 범위를 최소화해 개개인의 건강상태나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코로나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 기존 코로나 백신 접종 등으로 겪은 경험 등 여러가지 사유로 백신 접종 자체 또는 추가 접종을 선택하지 않는 백신미접종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운용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만 되고 다른 지역은 안되나?…타 지자체서도 소송 이어질 듯

스마트이미지 제공
방역패스 집행정지 신청의 상대는 질병관리청장과 보건복지부장관, 서울특별시장 등 3명이었다. 법원은 이 가운데 질병관리청장, 보건복지부장관에 대한 부분을 모두 각하했다.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청은 지침을 마련했을 뿐, 그 지침 자체가 일반 국민에게 직접적인 권리 의무 변동을 미치는 게 아니라 이들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 처분을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복지부장관이 방역패스 관련 방역수칙을 작성하거나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의 지위에서 시·도지사로 하여금 방역패스를 시행하도록 지휘한 행위, 질병관리청이 방역패스 시행에 관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한 행위 그 자체만으로는 일반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의무나 법률관계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각 행위는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법원은 법리적인 문제인 탓에 판단 대상으로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장이 일반 국민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판단은 서울시장을 상대로만 하겠다고 한 셈이다. 이번 집행정지 신청 대상 가운데 지자체장이 서울시장만 있어서 서울 지역으로 한정된 판단이 나왔을 뿐, 앞으로 다른 지자체장을 상대로 같은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서울시와 똑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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