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HDC현산에 날개가 있을까

박종민 기자

광주에서 연이어 발생한 붕괴사고로 HDC현대산업개발이 창사 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대한민국 아파트의 상징으로 꼽히는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건설하며 강남 시대를 열었지만 지난해 6월 광주 재개발 철거 현장 붕괴 사고에 이어 7개월 만에 또 다시 광주의 신축 아파트 외벽이 무너지는 참사가 발생하면서 건설사의 핵심 가치라고 할 수 있는 '안전'에 대한 신뢰도 함께 주저앉았다는 평가다.
 
붕괴된 아파트를 분양받은 수분양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지연보상금은 물론 수주한 정비사업지들의 시공사 교체 움직임, 향후 수주 난항 등 후폭풍이 밀려오며 시가총액은 4천억원 넘게 증발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시공, 바꿀 수 없다면 흔적 지우기라도

 
연합뉴스
지난 11일 광주 서구 화정현대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외벽 붕괴 사고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창사 이후 사면초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6월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 현장에서 외벽 붕괴로 17명의 사상자를 낸 뒤 7개월 만에 또 다시 붕괴 사고를 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9위(2021년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업체가 연이어 '후진적 사고'를 냈다는 점에서 공분이 커지는 가운데 현대산업개발의 나머지 공사현장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연이어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부터 들끓고 있다. 광주 최대 재건축단지인 운암3구역은 현대산업개발과 계약취소를 위한 절차에 들어갔고, 학동4구역 안에서도 시공사를 교체해야 한다는 조합원의 여론이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재개발·재건축 조합과 아파트 단지에서는 '아이파크'를 빼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강남구 개포1단지 주공아파트 재건축을 통해 들어설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의 일부 조합원들은 아이파크 브랜드명을 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한 서울 노원구 상계1구역 재개발 조합, 강북구 미아동 미아4구역 재건축 조합, 관악구 신림동 미성아파트 재건축 조합 안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도시정비 분야에서 1조 5천억 원의 수주를 따냈고, 대부분 지난해 시공사 선정을 마치고 올해 계약을 앞둔 상황이다.

 

하루 10억 보상금은 약과…시가총액 4580억 원 증발

 
연합뉴스
공사 중단으로 현대산업개발이 물어줘야 할 보상금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시공사는 준공 날짜가 하루 늦어질 때마다 공사계약을 맺은 사업 시행자에 총 공사 계약금액의 0.1%를 지체상금(입주지연에 따른 보상금)으로 물어줘야 한다.
 
광주시는 사고 직후 시내 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모든 현장에 대한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공사가 중단된 현장은 △화정아이파크 △계림2구역 재개발(광주계림 아이파크SK뷰) △학동4구역 재개발 △운암3단지 재건축 등 4곳. HDC그룹 계열사인 HDC아이앤콘스가 시행을 맡은 화정아이파크를 제외하고 모두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으로 총 도급 계약금액은 1조1600억원대다. 공사 중단 명령에 따라 준공이 늦어지면 현대산업개발은 하루 10억원대의 보상금을 지급해야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체상금 외에 분양을 받은 수분양자들에게도 지연보상금을 줘야한다. 입주 지연에 대한 보상금은 계약금과 중도금 등 현재까지 계약자가 지급한 금액에 지체 기간을 일 단위로 곱한 뒤 연체료율(%)을 곱해 계산하는데 업계에서는 연체료율을 18% 수준으로 보고 있다. 만약 사고가난 화정아이파크에 대해 전면 철거가 결정돼 1·2단지 705채 전체 입주가 2년 이상 지연되면 현대산업개발이 부담해야 할 입주 지체 보상금은 1000억 원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계약 취소와 향후 수주 난항 등이 전망되며 주가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14일 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1만 8900원으로 마감했는데, 11일부터 이날까지 주가가 나흘 연속 떨어졌다. 약 26%가 떨어진 것. 11일 1조 6971억 원이었던 시가총액도 1조 2390억 원으로 줄었다. 사고 발생 이후 4580억 원 증발된 셈이다.

 

민간·공공 수주 난항 예고…"정몽규 퇴진 등 강수 있어야"

 
연합뉴스
올해 실적과 전망도 불투명하다. 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종합금융부동산그룹'이라는 비전과 '최강 디벨로퍼'라는 목표를 필두로 올해 전국에서 2만3천여가구 공급을 계획했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을 주택시장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날선 비난까지 나오고 있어 상황이 녹록치 않다. 사고 직후 유병규 대표이사가 "있을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해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사죄드린다. 사고수습과 피해 회복에 전사적 역량을 다하겠다"고 허리를 숙였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여론이 차가운 만큼 향후 수주는 난항이 예상된다. 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한 재건축.재개발 조합들도 시공사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롭게 현대산업개발을 시공자로 선정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사업 수주도 험로가 전망된다. 관련법을 보면 시공사가 안전대책을 소홀히 해 공중에 위해를 끼친 혐의가 인정되면 입찰자격이 제한된다. 근로자 사망사고 등 인명사고는 물론 재산상 피해를 낳을 경우에도 해당된다. 광주시는 선제적으로 지역에서 추진하는 공공사업에 현대산업개발 참여를 한시적으로 배제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학동 참사 당시 정몽규 회장이 현장을 찾아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이며 안전사고 방지 대책을 마련했지만 7개월 만에 똑같은 사고가 발생한 만큼 회장 퇴진 등 강도 높은 쇄신책을 내놓지 않으면 상황 타개가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인은 물론 업계에서도 도급순위 9위인 회사가 7개월 만에 똑같은 사고를 내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몽규 회장 등 경영진 퇴진을 포함해 조직을 완전히 뒤바꾸는 쇄신책이 나와야 여론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7개월 만에 같은 사고가 나는 상황을 보면 회사의 안전관리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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