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버린 주식' 카카오페이, 투자자 분노↑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행위였다. 하지만 상장 후 한 달만에 코스피200지수 편입이라는 호재에 맞춰 지분을 팔아치운 것은, 회사의 성장에 기여해야 할 최고 경영진이 '지금이 고점'이라는 신호를 보내며 투자자들을 외면하고 자기 주머니만 채운 것이란 도덕적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카카오계열사 직원들과 투자자들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종목 토론방에는 아직도 여진이 남은 모습이다. "다 쪼개 상장할 때 알아봤어야" "주인도 버린 주식"이라며 불안감을 토로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25만원에 근접했던 카카오페이 주가는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 논란에 최근 15만원을 밑돌고 있다. 경영진의 행동이 기업가치를 떨어트리고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친 사례가 됐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카카오페이는 '쇄신안'을 내놨다.
지난 13일 카카오가 내놓은 전 계열사 대상 임원 주식 매도 규정에 따르면 앞으로 카카오 계열 회사 임원들은 상장 후 1년 간 주식을 매도할 수 없다. 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받은 주식에도 예외 없이 매도 제한을 적용한다. 적용 시점은 증권신고서 제출일로부터 상장 후 1년까지다. CEO의 경우 매도 제한 기간을 1년이 아닌 2년으로 더욱 엄격하게 제한한다. 임원들의 공동 주식 매도 행위도 금지된다.
쇄신안에도 '여진'은 계속…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 목소리 높아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임직원 주식 매도 계획을 사내 보고하도록 했는데, (공시할 법적인 의무가 없기는 하지만) 이번 사안이 선량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친만큼 시장에 자발적으로 예고를 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며 보완할 부분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은 "상장을 할 때 지배주주나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 주주를 제외한 일반 소수주주들의 동의를 얻도록 하면 된다. 소수주주동의제는 이미 해외에서 시행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카오페이의 경우 뒤늦게 쇄신안을 내놓았지만 이미 발생한 피해 등에 대해서는 파악과 해결이 어렵다. 또다른 자회사 상장 예정도 있는만큼, 정관에 이같은 사항을 제대로 명시하도록 한다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보다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스타트업에 대한 정부와 여론의 호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성장해 왔다는 점에서 더욱 실망을 불렀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카카오페이 경영진은 '회사를 잘 경영하겠다'는 경영자로서의 약속을 어기고 재무적 투자자의 관점만 견지했기 때문에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ESG(환경·사회적가치·지배구조) 경영에 투자자들이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카카오페이 먹튀 방지법'이나 주식 의무보유기간 설정 등 여러가지 규제 제안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제도를 만들어 사전규제를 하게 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적극적인 투자까지 막을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