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두고 KBS와 시민단체는 "윤 후보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가치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후보는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의 한 코너인 '59초 쇼츠'에서 '공영방송 정상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59초 쇼츠(짧은 영상)'는 생활밀착형 공약을 60초 안팎으로 설명하는 영상 콘텐츠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원희룡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이 함께 출연한다.
이날 윤 후보 측은 "PPL(간접광고)을 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역사 드라마를 5년 동안 제작하지 않았다"고 KBS를 겨냥하면서 '사극 제작 의무화'를 주장했다. 이와 함께 '메인 뉴스에 국제 뉴스 30% 이상 편성'과 '영상 아카이브 오픈소스(무상제공) 개방'을 발표했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해 12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공영방송의 독립이냐 중립이냐 문제보다는 얼마나 진실한 내용을 방송하며 양쪽의 입장을 공정하게 취재해서 방송을 해나가느냐 하는 게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 후보의 공약 발표 이후 유튜브 채널에는 긍정적인 댓글이 달리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공영방송의 가치 훼손을 우려하고 독립성에 대한 고민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서중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역사 드라마 의무화 공약은 공영방송의 가치 구현에 필요하다면 공영방송이 판단해서 할 문제이지 외부에서 기준을 줘서 규제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국제 뉴스 (편성을) 강화한다는 것도 기존의 뉴스에 요구되고 있었고, 공영방송도 강화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었기 때문에 의미는 있는 제안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법으로 규제하거나 정책으로 규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 사장이 내세웠다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통령 공약으로서의 가치는 없는 주장"이라며 "공영방송의 편성의 내용에 법이나 정치로 개입하겠다고 하는 발상 자체가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왜 중요한지를 모르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공영방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공영방송이 사회에 필요한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는, 특정한 사람이나 세력의 의도에 따라서 공영방송의 내용이 좌우되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필요한 것이 공영방송의 독립성이다. 공약에 담겨야 할 것은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관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19대 대선 후보도 '공영방송 정상화'…독립성 빠진 '尹' 공약
당시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에 급격히 낮아진 언론자유지수를 우려하는 여론이 형성됐고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공영방송 정상화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이어지기도 했다.
세 후보는 △이사 특별다수제 도입 △미디어국민실현위원회 설치 △부당 해고 언론인에 대한 보상 등과 같은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이들 모두 언론의 정치적 독립과 제작의 자율성 보장에 분명한 의지를 밝혔지만, 윤석열 후보의 공약에선 공영방송의 독립성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권순택 사무처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캠프에서 42초로 공약을 발표한 것이기 때문에 비어있는 부분이 많다"고 전제하면서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라고 하는 것들이 꽤 오랜 시간 동안 한국 사회에서 논의되어 왔는데, 윤 캠프에서 이야기 한 공영방송 정상화라고 하는 것은 시스템을 보지 않는 부분이 큰 것 같다"고 밝혔다.
권 사무처장은 이어 "이번 영상을 통해 윤 캠프가 생각하는 공영방송의 정상화가 어디에 가치를 두고 있냐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사극과 국제뉴스에 있는 것"이라며 "공영방송의 가치가 사회적 논의를 거쳐 결정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특정 집단에서 설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KBS "방송법 제대로 공부해보시라" 비판 성명
언론노조 KBS본부 강성원 위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가 공영방송에 대한 이해가 있는지 의아스럽고 또 우려스럽다"며 "방송법 제1조와 4조에서 편성의 자율이라는 것들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유 등을 고민하지 않고 공약이 던져질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또 42초짜리 유튜브 영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쇼츠(짧은 영상)로 공약을 발표했는데 소비 패턴을 쫓아가기만 하는 것 같고, 내용에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하는데 가볍게 소비되다 보니까 공영방송의 자율성을 해친다"고 평가했다.
이에 윤 후보 측은 "짧은 영상으로 발표한 거라 제대로 된 공약으로 볼 수 없다. 그래서 답변하기 힘들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