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의 대선 후보가 20여 개 주요 과학기술 단체가 주최하며 과학 정책을 비교·검증하는 정책 토론회에 불참을 통보하면서 이런저런 말들이 나온다.
말로만 과학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는 비판적인 시선이 주를 이룬다.
12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20여 개 과학기술 단체가 오는 18일부터 사흘간 열기로 한 대선후보 초청 '과학기술혁신 공약 토론회' 자리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불참을 통보했다.
대신 민주당에선 박영선 디지털대전환위원장이, 국민의힘에서는 원희룡 정책본부장이 참석하기로 했다. 다른 당에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가 직접 참여를 결정했다.
거대 양당 후보의 불참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는 이유는 그간 두 후보가 내놓은 과학기술 관련 공약과 말들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는 최근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과학기술 전성시대를 열어가겠다"며 2030년 달 착륙 프로젝트 완성과 과학기술혁신 부총리제 도입 등 과학기술 분야 7대 공약을 발표했다. 윤석열 후보도 한국과총 방문 당시 "과학기술 전문가를 정부의 최고위직에 배치하고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위원회 같은 조직을 두겠다"고 말했다.
과학기술계 내부에선 말로는 과학기술을 중요시하면서 정작 행동은 그렇지 못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발표한 과학기술 정책도 신뢰감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이석훈 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연총) 회장은 "말로는 과학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얘기하시는 분들이 정작 과학기술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일정이 바빠 불참한다고 하더라도 대신 오시는 분들은 적어도 캠프에서 과학 정책을 책임지는 분이 오셨어야 정책에 반영될 텐데 그런 점이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눈앞에 보이는 표를 얻기 위해서만 움직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분들이 과연 대통령이 됐을 때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과학 정책에 대해 고민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공약으로 내놓은 과학기술 관련 정책도 신뢰감이 떨어진다"며 "대선 후보라면 과학기술계 이슈를 좀 더 고민해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해당 토론회는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각 정당 대선 후보 등이 직접 대전 KAIST 캠퍼스를 찾아 과학기술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로 꾸며진다. 18일 오후 2시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시작으로 19일 오후 3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20일 오전 10시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가 직접 참여한다.
토론마다 KAIST 교수진이 사회자로 나서며 기후 위기·디지털전환·팬데믹 등 글로벌 도전과 과학기술 역할, 과학기술 중심 국정운영, 공정한 혁신과 기술 윤리, 지방소멸 시대 비수도권 과학기술 활성화, 기초 및 거대과학 진흥 원칙, 청년·여성·외국인 과학기술인 지원 등에 대해 질의한다.
후보자들은 토론을 마친 뒤 이공계 학부와 대학원생·박사후연구원·비정규직 연구원·청년 창업가 등 다양한 청년 과학기술인과 자유로운 대화를 나누는 토크쇼에도 참여할 계획이다.